케이블업체 씨앤앰(C&M)의 정규직 직원인 황기훈 전송망팀 대리(왼쪽)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 앞 고공농성장 아래에서 동료와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황씨 등 수도권 16개 지사에서 망관리를 하거나 영업·마케팅을 하는 씨앤앰 정규직 노동자 350여명은 18일부터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전면 파업에 나섰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남의 일 아냐…연대해야 노동자가 승리”
비정규직 12일부터 고공농성
정규직 황기훈씨 등 350여명 동조
비정규직 12일부터 고공농성
정규직 황기훈씨 등 350여명 동조
2007년 7월 케이블업체 씨앤앰(C&M)에 입사한 황기훈(34)씨는 서울 서대문구 쪽 전송망을 관리하는 정규직 직원이다. 회사 서버에서 가정까지 연결된 케이블에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관리하고 문제가 생기면 현장에 출동해 고치는 게 황씨의 일이다. 사다리차를 타고 전신주에 오르거나 맨홀 뚜껑을 열고 들어가 씨앤앰의 케이블 신호가 부드럽게 흐르도록 바로잡는다.
황씨는 18일 오후부터 장비를 내려놓고 파업에 들어갔다. 서대문지사 사무실이 아니라 중구 프레스센터 옆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장으로 출퇴근하기로 했다. 황씨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역 16개 지사에서 망관리를 하거나 영업·마케팅을 하는 씨앤앰 정규직 노동자 350여명 모두가 일손을 놓고 농성장에 합류했다. ‘전면 파업’이다. 농성장 옆 20m 높이 전광판에는 씨앤앰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강성덕(35)씨와 임정균(38)씨가 19일로 여드레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황씨 등 정규직 노동자들은 7∼8월 씨앤앰 협력업체 변경 과정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109명의 원직복직을 비롯해 구조조정 중단, 임단협 체결 등을 요구한다. 막상 해고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조가 ‘부분파업’ 중인데, 정규직 노조가 먼저 전면 파업에 나선 배경에는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있다. 회사는 끊임없이 구조조정을 하려 하고 불안정 노동의 그림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엄습해오고 있어서다. 비정규직 노조원들도 2008년 외주화되기 전까지는 한솥밥을 먹던 동료였다.
19일 농성장에서 만난 황씨는 “두 분이 고공농성에 들어간 12일 밤 문화제 때 가족 얘기를 하는 걸 듣고 눈물이 나더라. 함께 열심히 해서 이 싸움을 꼭 이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씨를 비롯한 정규직 노동자들은 8월부터 월급을 털어 ‘생활비 채권’을 1인당 매달 20만∼50만원씩, 지금까지 120만원어치 샀다. 모인 돈은 해고자들의 생활자금으로 쓰인다. 박봉의 20∼30%나 되는 큰 금액이지만, 이렇게라도 연대하지 않으면 노동자가 이길 수 없다는 게 황씨의 생각이다. 이들이 속한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가 되갚는 조건이지만 실제 돌려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예 “돌려받지 않겠다”며 채권을 버린 정규직 조합원도 있고 “채권 발행이 아니라 비정규직지부에 기부를 하자”는 제안도 많다.
2010년 7월 결성된 씨앤앰 정규직지부 조합원들은 2012년부터 지역별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꾸준히 만나 노조의 필요성을 설득하며 강고한 연대의 믿음을 주는 등 지난해 3월 비정규직지부가 태어나기까지 주도적 구실을 했다. 희망연대노조는 초창기부터 회사 쪽에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토록 해 서울 강동·송파 등 시민단체와 함께 지역 어린이를 돕는 활동을 해왔고 올해 들어 이들 시민단체들이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는 등 ‘노-풀연대’(노동자-풀뿌리단체 연대)의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농성장에서 만난 한 비정규직 해고자는 “정규직지부의 지지와 지원에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