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비정규직 대책 일환…박대통령 국정과제 뒤집어
고용부 “들은 내용 없어…경제부처에서 늘상 하는 얘기”
고용부 “들은 내용 없어…경제부처에서 늘상 하는 얘기”
다음달로 예정된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기획재정부가 “(비정규직 대책에 따른)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정규직에 대한 해고 요건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과제에서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내용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언급하며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고용의 유연성이 균형을 잡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방향을 잡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규직 해고에 대한 절차적 요건을 합리화하는 내용들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 부담이 생기는 것인데, 이익의 균형을 어디서 잡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 (정리해고 요건 완화는)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를 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고용대책과 관련해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심한 상태에서 정년이 60살까지 늘어났는데 어떤 기업이 정규직을 뽑으려 하겠나.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기재부는 이런 내용의 의견을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에 전달한 상태다.
정규직에 대한 해고 요건 완화는 기업이 정리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근로기준법(24조)을 보면, 기업에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발생했을 경우 노동자들의 정리해고가 가능하다. 다만 “사용자들이 정리해고를 하기 전에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해고 대상자를 선정하고, 노조에 해고 예정일 50일 전에 통보해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고 있다. 또 3년 이내에 해고된 노동자를 우선적으로 재고용하도록 명시돼 있다.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한다는 것은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좀더 폭넓게 해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현재 경영계는 기업의 경영이 어렵지 않더라도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정리해고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해고 예보 통보 기간을 단축하고, 기업이 해야 하는 해고 회피 노력을 줄여주는 등 정리해고 절차를 단순화하는 것도 경영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내용이다.
정부가 경영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정규직 해고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대통령 국정과제와 맞지 않는다. 지난해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정과제에서 “업무 재조정과 무급휴직 등 판례상 해고 회피 노력의 인정 사유를 법에 명문화하는 등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규직 해고 요건을 완화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경제부처에서 늘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주무국장인 권혁태 고용부 근로개선정책관도 “그런 내용은 전혀 검토한 바가 없고,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는 “선진국은 정리해고가 돼도 사회안전망이 튼튼하고 재고용도 원활하게 이뤄지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이 정착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과정에서 격렬하게 저항하는 것”이라며 “이런 전체적인 구조의 개선 없이, 정리해고 요건만 완화해서는 고용 불안정성만 높아질 뿐”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소연 김경락 전종휘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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