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국장급 관계자가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정규직 정리해고 요건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여러 차례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의 필요성을 피력해온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현장에서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 찾아와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고용의 유연성이 균형을 잡는 쪽으로 가야 한다. 정규직 해고에 대한 절차적 요건을 합리화하는 내용들을 (고용노동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종합대책을 다음달에 내놓으면 기업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쓰기가 어려워지니 대신 정규직의 해고 요건을 완화해야 양쪽의 균형이 맞는다는 얘기다. 정규직의 ‘과보호’를 우려하는 ‘실세 친박’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잇단 발언과 같은 취지의 주장이다.
기재부는 노동계 반발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24일 오후 “정규직 정리해고 요건 완화 검토는 사실이 아니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정규직 보호 합리화를 균형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고용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일부 경제신문들은 ‘3개월 수습기간 뒤 해고선택제’ 등 노동자의 고용안정성을 심각하게 흔드는 내용의 정책을 기재부가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를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모두 그동안 재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들이다.
기재부의 잇단 ‘독주’에 고용부마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경제정책 총괄 기능을 가진 기재부가 관련 사안에 대해 의견은 낼 수 있으나 협의조차 않은 사안을 협의한 것처럼 얘기할 수 있느냐는 반발이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물론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 등은 고용부가 관할하는 근로기준법 등 법령을 고쳐야 하는 까닭이다. 고용부는 “고용부와 협의 중”이라는 기재부발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에 “관계부처와 협의한 바도 없음”이라는 문구를 잇따라 적어넣으며 적극적인 의사표현에 나섰다. 권혁태 고용부 근로개선정책관은 기재부 주장과 관련해 25일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고 (기재부) 담당 국장을 만나본 적도, 협의한 적도, 검토한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노동계 주장은 실체없는 수사가 아니다. 쌍용차 정리해고 5년여 동안 25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제 목숨을 스스로 끊거나 숨졌다. 노동자의 삶을 뒤흔들 발언을 정부 고위 관료가 함부로 내뱉는 건 또다른 폭력이다. 고용부도 모르게 어딘가에서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를 검토·추진하고 있다면, 그 역시 심각한 문제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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