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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고용부 “기재부, 언론사 상대로 장사 말라”

등록 2014-12-01 21:01수정 2014-12-01 22:23

정규직 해고 완화 등
기재부 독주에 공개 반발
“언론을 상대로 자기 정치나 하는 아주 무책임한 발언이다. 저렇게 근거 없이 떠드는 것은 지탄받을 일이다.”

정규직 과보호가 비정규직과의 극심한 차별의 원인이라며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잇따라 쏟아지는 각종 ‘정책 (비공식) 발표’에 대해 고용노동부 담당 국장이 1일 내놓은 격한 반응이다. 주무부처인 고용부에서는 검토조차 하지 않은 내용을 기재부가 잇따라 언론에 흘리고 있다고 보고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이다.

권혁태 고용부 근로개선정책관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언론에 보도된) 기획재정부 당국자의 발언이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그같이 발언했다면 무책임한 행태다. 정부 당국자라면 정책의 무거움을 알고 신중히 고민해야지, 언론을 상대로 장사나 하는 행태는 지탄받아야 할 일”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권 국장의 발언은 이날치 일부 언론에 정규직의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과 ‘기간제 정규직’이라는 새로운 고용 형태를 만드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는 보도와 관련한 것이다.

고용부 당국자가 다른 부처 당국자를 상대로 이처럼 격한 반응을 공개적으로 내놓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거나 새로운 고용 형태를 만들려면 국내 노동시장의 기본을 정한 ‘근로기준법’을 고쳐야 하는데, 권 국장은 정부 안에서 이 법률의 제·개정 책임을 맡고 있는 실무 국장이다.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달 24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정규직에 대한 해고 요건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고용의 유연성이 균형을 잡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방향을 잡고 있다”고 발언했다. 다음날엔 최경환 부총리가 출입기자단과의 정책 세미나 자리에서 ‘정규직 과보호론’을 다시 제기한 데 이어 1일에는 ‘정부 당국자’ 명의로 ‘기간제 정규직’ 도입과 정규직 일반해고 요건 완화 발언이 언론에 나왔다.

권 국장의 이런 반응은 비록 기재부가 경제 관련 부처의 정책 총괄 기능을 맡고 있으나 관련 정책을 실무적으로 도입하려면 시장 실태조사와 함께 고용시장에 끼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데도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일방통행식으로 논의가 이뤄지는 데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도 지난달 2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 때 기간제법상 기간제 노동자의 2년 기간 제한을 늘리는 문제를 당사자 처지에서 고민해봐야 한다면서도 “제도 도입 때 무기계약직 일자리가 이쪽(더 나쁜 기간제 일자리)으로 올지, 현재 도급으로 가 있는 일자리가 중간층으로 올지를 분석해서, 최소한 전체 고용시장에 부정적 효과는 없다고 판단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기재부는 논란이 확산되자 일단 한발 빼는 모습이다. 기재부는 이날 낸 해명자료에서 “구체적 정책 내용 및 발표 일자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말한 사람이 잘 모르는 사람이거나 기자가 잘 이해를 못했거나, 어쨌든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고용부도 자료를 내어 “(관련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이를 검토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노동계에서는 노사정위원회 산하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가 2일 회의를 여는 등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애드벌룬 띄우기’ 방식으로 관련 내용을 흘리는 게 결국 사회적 대타협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사정위 고위 관계자는 “고용부도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자기 상표를 붙여서 발표하려면 간접고용 남발 방지 등과 관련한 자신의 안을 노사정위원회에 내고,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도 노동시장 구조개혁안을 충분히 검토한 뒤 정규직을 설득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 정부 발표를 서두를 일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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