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고공농성에 들어간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응원하는 희망버스를 처음 제안했던 시인 송경동씨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송씨의 보석을 취소하지 않아 법정구속은 면하게 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재판장 신종열)는 2일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맞서 희망버스를 기획하고 불법 집회를 개최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일반교통방해 등)로 기소된 송씨한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송씨와 함께 불구속 기소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45)와 박래군(53) ‘인권재단 사람’ 소장한테 각각 벌금 500만원과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희망버스가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알리고 김 지도위원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금지된 야간시위와 미신고 집회·시위를 주최하면서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경찰한테 상해를 가한 행위 등은 집회·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어섰다.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이 법과 원칙에 어긋난 것이라면 처벌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1년의 5차례 희망버스 가운데 1~2차 희망버스가 송씨의 주도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1~2차 희망버스가 부산으로 내려왔을 때 송씨가 경찰관들한테 직접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교통방해 등 참가자들의 불법 행위를 지시하지 않았지만 집회 주최자인 송씨가 불법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2012년 2월 구속된 뒤 84일 만에 부산구치소에서 석방된 송씨의 보석을 취소하지 않았다. 재판에 성실히 임했고 앞으로의 다른 재판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송씨는 법정구속을 면했지만 항소의 뜻을 밝혔다. 송씨는 “희망버스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생각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인데 재판부가 누군가 지시를 하거나 주도했다고 판결한 것은 무지의 결과다. (불법행위에 대해) 누군가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며 나를 처벌하는 것은 자발적 참여를 한 시민에 대한 모욕이며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정에서 재판을 지켜본 김진숙 지도위원은 “희망버스를 부산으로 오게 한 원인은 나와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인데 400명의 노동자가 정리해고를 당하는 것을 정치권 등이 그냥 지켜만 보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자발적으로 도우러 나선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희망버스는 2011년 1월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김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하자 송씨가 같은해 5월 인터넷 카페와 트위터 등을 통해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달려가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전국의 시민들은 스스로 회비를 내 마련한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에서 4차례, 서울에서 1차례 집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김 지도위원을 만나러 영도조선소로 들어가려는 참가자들과 경찰이 충돌했다. 김 지도위원은 같은해 11월 노사가 합의를 하자 고공농성 309일 만에 땅으로 내려왔다. 희망버스 쪽은 2일 현재 검찰이 희망버스 참가자 130명을 약식기소했으며 이들한테 구형한 벌금총액이 1억5000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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