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품 제조사인 피에스엠씨(옛 풍산마이크로텍) 정리해고자들이 복직 첫날인 2일 아침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피에스엠씨 공장 앞에서 펼침막을 들고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풍산마이크로텍지회 제공
사쪽 대법 상고후 희망퇴직 모집
노조 “복직자 다시 해고하려는 것
상고 취하때까지 시위 등 투쟁”
노조 “복직자 다시 해고하려는 것
상고 취하때까지 시위 등 투쟁”
반도체 부품 제조사인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피에스엠씨(옛 풍산마이크로텍) 정리해고자들이 1100여일 만에 복직한 첫날부터 장외투쟁에 나섰다. 회사 쪽이 대법원 상고를 강행하면서 복직자를 포함한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피에스엠씨는 2일 “정리해고자 40명이 부산 남구 용당동 대한상공회의소 부산인력개발원에 출근해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현장 복귀를 위한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복귀자들은 24일까지 교육을 받은 뒤 현장에 배치될 예정이다.
회사 쪽은 지난 9월 서울고등법원에서 복직 판결을 받은 정리해고자 48명 가운데 정년을 맞거나 해고기간 임금을 받는 조건으로 희망퇴직 또는 해고무효소송 포기자 등 6명을 뺀 42명한테 “2일 아침 8시까지 대한상공회의소 부산인력개발원으로 출근하라”고 통보했다. 복직 첫날 2명은 교육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정리해고자들은 3년1개월 만에 복직했지만 기쁜 표정을 짓지 못했다. 회사 쪽이 고등법원 판결에 불복해 10월 중순 대법원에 상고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 복직자 42명을 포함한 210여명한테 “2~5일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복직자들은 해고기간 임금과 기본급의 6개월치를 주고, 나머지 직원들에겐 기본급의 6개월치를 지급한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노사 교섭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리해고자들이 가입한 전국금속노조 풍산마이크로텍지회는 정리해고자 해고기간 임금과 대법원 상고 취하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섭을 하자고 제의했지만, 회사 쪽은 협의를 하자고 맞서고 있다. 해고자 복직 관련 문제는 법적 효력이 있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조는 회사 쪽 복직 조처가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출근과 별개로 다시 장외투쟁에 나섰다. 복직 첫날 출근 전과 퇴근 뒤 해운대구 반여동 피에스엠씨 공장, 부산인력개발원, 부산지검 등에서 ‘대법원 상고 철회하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들고 거리시위를 벌였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쪽이 정리해고자들한테 복직 통보를 하고 사흘 만에 희망퇴직 안내 문자를 보낸 것은 복직자들을 다시 해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회사 쪽이 대법원 상고를 취하할 때까지 대법원 앞 시위 등 장외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전년도에 견줘 올해 수주 물량이 30%가량 감소한 상태에서 복직자들이 현장으로 돌아오면 인력이 남아돈다. 어쩔 수 없이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단체교섭은 강제성이 있기 때문에 응할 수 없다. 협의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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