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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김의성 “당신들 고립되지 않았다 알리고 싶어”

등록 2014-12-15 17:52수정 2014-12-15 18:12

배우 김의성씨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쌍용차 평택공장 70m 굴뚝 위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을 응원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배우 김의성씨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쌍용차 평택공장 70m 굴뚝 위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을 응원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인터뷰] 쌍용차 해고자 응원 1인시위 배우 김의성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확장될 수 있게 도전
‘이 사람들 자기 공장에 들어갔구나’ 뭉클
일 없는 날 1인 시위 계속…누구든 함께 하길”

17일 두 번째 1인 시위자는 만화가 강도하
쌍용차 평택공장 70m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1인 시위에 나선 배우 김의성(49)씨가 시위에 나선 이유에 대해 “‘당신들이 외롭지만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도중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굴뚝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에게 “세계와 당신들 사이에 뭔가 통신수단이 있다, 무인도에 누가 있을 때 누군가와 통신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배우 김의성씨에게 지나가는 시민들이 다가가 지지와 격려의 말을 건네고 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배우 김의성씨에게 지나가는 시민들이 다가가 지지와 격려의 말을 건네고 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그는 배우로서 정치적 표현을 하는 부담이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대단한 셀러브리티도 아니니까, 나 같은 사람들이 법이 됐건 사회가 됐건 스트라이크 존을 테스트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스트라이크와 볼 사이에 자꾸 공을 던져서 스트라이크 존이 조금이라도 넓어지게, 그래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 이런 것들이 조금이라도 확장될 수 있게 자꾸 도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김씨는 이어 “그 사람들의 고통이 언젠가는 나의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생각, 그래서 그들의 고통에 조금이라도 덜 둔감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정치적으로 민감해질 수 있다는 걱정은 뒤로 미뤄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1인 시위 중인 배우 김의성씨를 만화가 강도하씨(왼쪽)가 찾아와 손을 붙잡고 격려하고 있다. 강씨는 17일 두 번째 1인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1인 시위 중인 배우 김의성씨를 만화가 강도하씨(왼쪽)가 찾아와 손을 붙잡고 격려하고 있다. 강씨는 17일 두 번째 1인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김씨는 이날 오전 이창근 정책기획실장과 화상통화를 했다며 “통화중에 카메라로 공장 곳곳을 보여주면서 나랑 전혀 상관없는 곳을 열과 성을 다해 설명하더라”라며 “‘아, 이 사람이 이제 자기 공장 안에 들어가 있구나, 이 공장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것이 마음을 흔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단은 두 사람이 굴뚝에서 내려올 때까지 일이 없는 날엔 1인 시위를 계속할 생각”이라며 “누군가가 뒤를 이어서 옆에 서 있거나 번갈아가면서 서 있어 준다면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7일에는 만화가 강도하(45) 작가가 두 번째 1인 시위자로 나서기로 했다. 강 작가는 “트위터를 통해 김 배우와 함께 두 노동자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같이 고민하자고 논의했는데, 김 배우가 먼저 1인 시위를 나서는 것을 보고 가장 먼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며 “법도 더 이상 저들에게 길을 알려주지 않는 세상에서 벼랑 끝 선택을 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굴뚝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즐겁게 세상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배우 김의성씨와의 일문일답이다.

-1인 시위에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안타까움이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버텨왔는지, 대법원 “정리해고 정당” 판결 이후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굴뚝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독하다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나는 얼마나 약하고 힘들면 저럴 수밖에 없을까 생각했다. 외롭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해고 노동자 동료들과 가족들도 함께 있지만 외로웠을 것이다. ‘당신들이 외롭지만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세계와 당신들 사이에 뭔가 통신수단이 있다, 그 신호를 받는 사람이 있다, 무인도에 누가 있을 때 누군가와 통신이 되고 있다는 느낌, 이런 것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쌍용차 1~3심까지의 판결이 최근 결과가 나왔는데, 오랜 시간 지켜봐 온 것으로 안다. 최종 판결이 나왔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

=지금은 우리가 절망에 매우 익숙해진 시대가 되어버려서, 그 판결마저도 어마어마한 충격이라기보다는 ‘또 그렇지 뭐. 니들이 그렇지 뭐. 우리가 사는 사회라는 게 그렇지 뭐’라고 생각해야 하는 스스로가 속상했다. 분노보다는 포기, 체념하게 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속상했다. 게다가 대법원 판결이 뭔가 좋은 방향으로 난다고 해도 판결의 집행을 강제할 수 없는 것이 또 다른 현실이다. 그러면서 첫 소감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어차피 길게 싸우는 싸움들을 싸우고 있겠구나’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법이 내 편을 들어주지 않을 때 심리적 타격이라는 건 엄청나겠구나’ 생각도 했다.

-대학 때 이후로 시위는 처음이라고 했다.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28년 동안 쌓아왔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아무래도 정치적으로 선택을 하면 그에 따른 부담이 없을 수 없다. 그런 고민이 많지 않았나.

=내가 스스로 하는 걱정과 남들이 나에게 해주는 걱정들, 그것 자체로 짜증나는 일이다. 가장 소중한 가치인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시민으로서의 권리들이라는 것이 현실에서는 ‘이래도 되는 거야’라는 자기 검열, ‘그러지 마’라는 가까운 사람들의 걱정 혹은 압력 등으로 나타난다는 사실 자체가 짜증나는 것 아닌가 싶다.

오히려 나보다 더 보통 사람들, 소시민들,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그 압력이 더 높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걱정은 있었지만, 내가 뭐 대단한 셀러브리티도 아니니까. 평범하게 배우 일을 하고 있는 사람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나 같은 사람들이 법이 됐건 사회가 됐건 스트라이크 존을 테스트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스트라이크와 볼 사이에 자꾸 공을 던져서 스트라이크 존이 조금이라도 넓어지게, 그래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나 이런 것들이 조금이라도 확장될 수 있게 자꾸 계속 스트라이크 존에 도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배우 김의성씨가 1인 시위에서 들고 있는 팻말.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배우 김의성씨가 1인 시위에서 들고 있는 팻말.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런 것들도 다 내 행동을 뒤늦게 합리화하기 위한 생각이다. 그냥 참기 어려웠다는 게 더 크다. 분노라기보다는 연민? 외로움에 대한 연민, 이런 게 사실은 핵심적인 동력이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싸움 과정 전체를 대략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무엇이 잘 됐고 무엇이 잘못이라는 걸 따지기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부당한 해고 때문에 죽고, 가족들이 고통을 당하고, 아직까지 싸우게 만드는 사회. 우리 사회가 이제는 그 정도로 고생한 사람들에게 관용을 베풀고, 그들을 구제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어떻게 보면 나이브하고 소박한 생각을 한 것이다.

내가 쌍용차 정리해고 전 과정을 꿰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소박한 연민, 그리고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마음, 그 사람들의 고통이 언젠가는 나의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생각, 그래서 그들의 고통에 조금이라도 덜 둔감해질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 이런 것들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정치적으로 민감해질 수 있다는 걱정은 조금 뒤로 미뤄놓을 수 있었다.

-‘연민’을 말씀하셔서 생각이 나는 건데, 한국 사회는 아무래도 자기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들, 예를 들자면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 영화 <카트>의 마트 비정규직 노동자,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비 노동자 등에 대해서는 ‘시혜적 동정’과 ‘연민’의 눈길을 주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지만, 정규직 대공장 노조 노동자들에게는 매우 적대적이고 냉소적이다. 그런 분위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분명히 대기업 노조들의 과오도 있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에 대해서 스스로 선을 그었던 문제들이 지금의 결과로 나타난 것 아닌가. 그것을 전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그건 교훈으로 얻어야 할 문제이지 ‘너네는 잘 살아왔으니까’라며 무조건 헐뜯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장 약한 자에게 벌어졌던 일이 점점 더 계층 상위의 사람들에게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빨리 브레이크를 걸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으니까. 비정규직의 어려운 사람들이 됐건, 88만원 받는 청년층이 됐건, 부당한 해고를 당한 정규직 노동자가 됐건, 어느 순간에는 브레이크가 작동됐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나는 모든 수준에서 다 민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이 없는 날엔 1인 시위를 계속 해야겠다고 했다.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

=나는 일단은 저 두 사람(김정욱 사무국장,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내려올 때까지 계속 할 생각이다. 나도 생업이 있는 사람이니까 일하는 날에는 못 하겠지만, 일단은 내가 열심히 하겠다. 또 누군가가 같이 뒤를 이어서 옆에 서 있거나 번갈아가면서 서 있어 준다면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싶다.

-위에 있는 두 사람에게 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한마디 해달라.

=진짜 나는 그 말 한마디만 하고 싶은데, 건강하게 빨리 내려왔으면 좋겠다.

-오전에 이창근 정책기획실장과 화상통화도 했는데.

=즐겁게 서로 농담했다. 그런데 화상 통화하는 와중에 전화기 카메라로 굴뚝 위에서 찍은 공장을 하나씩 보여주더라. 사실 되게 지루하게 길게 보여줬다. 공장 여기는 뭐고, 여기는 뭐고, 저기는 내가 일하던 곳이고…. 나랑 전혀 상관없는 곳을 열과 성을 다해서 보여줬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아, 이 사람이 이제 자기 공장 안에 들어가 있구나. 자기 공장 안에서 밤과 낮을 보내고 있구나. 이 공장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손님한테 자기 집 자랑하듯이 공장을 보여주는 거구나’ 생각을 했다. 그런 것이 마음을 흔들었다.

화상통화라도 하면서 같이 추위를 나누는 것, 1인 시위를 하면서 겪는 나의 이런 불편이나 작은 고통들이 선물이나 편지가 될 수 있다면, 그 사람과 가족들에게 선물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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