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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연세대, 청소·경비 쥐어짜기…학생들 “함께 살자” 대자보

등록 2014-12-15 21:42수정 2014-12-16 08:51

최저가 입찰에 22명 해고 내몰려
연세대학교의 한 학생이 쓴 대자보. 기숙사 청소, 경비 노동자들의 해고를 우려하는 내용이다.
연세대학교의 한 학생이 쓴 대자보. 기숙사 청소, 경비 노동자들의 해고를 우려하는 내용이다.
“대학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노동자들의 대우는 나아지질 않고, 심지어 우리와 함께해온 그들을 부당하게 내쫓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청업체만 탓할 수도 없습니다. 그들은 살아야 했고, 세상은 ‘함께’ 사는 방법을 그들에게 주지 않았습니다. 우리 눈앞의 학교 노동자들과 ‘함께’, ‘사람답게’ 살기를 소망합니다. 철학14 최명훈.”

인천 송도에 있는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최근 철학과·국문과·노문과 등에 다니는 학생들 개인 명의의 대자보가 여럿 나붙었다. 기숙사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해고를 우려하는 내용이다. 발단은 대학 쪽의 ‘최저가 입찰’ 때문이다. 연세대가 국제캠퍼스 1·2기숙사 청소·경비 일을 하는 용역업체와 재계약을 하면서 최저가 입찰을 조건으로 걸었고, 이 업체는 낮은 가격을 써낸 뒤 우선협상권을 따냈다. 대신 그만큼 비용을 줄이려고 청소·경비 노동자 72명 중 22명을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연세대는 올해부터 1학년 4500여명을 송도 국제캠퍼스로 보내 1년간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했다. 기숙사에서 매일 마주치는 ‘청소 아줌마’와 ‘경비 아저씨’가 쫓겨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10여명이 기숙사 카페, 독서실 입구 등에 실명 대자보를 써 붙이기 시작했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 또는 다른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다. 대자보는 연세대 응원가로 쓰이는 ‘제이(J)에게’를 빗대 ‘(갑을)병이 되어버린 J에게’,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J에게’ 등의 제목을 달았다.

“우리 친구 제이에게. 최저가 입찰제가 아닌 적정가 입찰제를 도입하고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않는 방향으로 학교가 계약을 주도하면 되는 거야. 시험기간이지만, 생각을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뜻을 모아 이런 요구를 학교에 전달하자. 노문14 영규.”

이들은 ‘기숙사 노동권 수비대’란 모임도 만들었다. 수비대 카카오톡 방에는 5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11일 청소·경비 노동자 330여명과 함께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 총무과를 항의방문했지만 “계약을 마무리하기 전에 노조 의견을 참고하겠다”는 정도의 대답만 들었다. 양동민(19·경제학과)씨는 15일 “기숙사 생활을 하며 자연스레 청소·경비 노동자들과 친해졌다. 신촌캠퍼스 지하 주차장 공사에 900억원을 쓰면서 학내 노동자들에게 쓰는 얼마 안 되는 돈을 아까워하는 학교의 처사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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