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책 반대 확산
“비정규직 되레 늘릴 우려”
여당 원내대표도 부정적
“비정규직 되레 늘릴 우려”
여당 원내대표도 부정적
정부가 기간제(계약직) 노동자의 고용 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뼈대로 지난해 12월29일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노동계와 야당은 물론 여당 원내대표와 노사정위 공익위원까지 부정적 태도여서 국회 입성마저 어려울 전망이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논의하는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 구조개선특위에 참가하는 한 공익위원은 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그 숫자가 너무 많고 (정규직과) 격차가 심한데다 고용의 불안정성 등 여러 측면이 있는데, (정부가) 이를 기간 연장 논쟁으로 끌고 갔다.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비생산적인데다 번지수도 잘못 짚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4년으로 연장해도 시간이 지나면 지금과 똑같은 문제에 부닥칠 것”이라고 짚었다. 노사정위 관계자도 “공익위원 대다수가 정부가 내놓은 기간제 고용기간 연장에 부정적인 의견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노사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공익위원들의 의견 분포가 합의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앞서 양대 노총과 야당은 고용부 대책이 나오자마자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장그래 양산법’으로 규정하고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고, 노사정위에 참여 중인 한국노총도 노동시장 구조개선특위에서 정부 안을 대폭 손질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12월29일 낸 성명에서 “박근혜 정부가 우리 사회 양극화와 차별의 대명사가 된 비정규직 문제 해법 찾기를 포기하고, 고용불안을 전제로 한 노동시장 유연화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비정규직의 양산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고착화시키는 정부안은 결코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고 반대 태도를 명확히했다.
대체로 정부에 우호적 태도를 보여 온 재계마저 노동계와는 다른 이유로 정부 대책에 반대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정부안 발표 직후 내놓은 ‘경영계 입장’에서 퇴직금 지급 대상 확대와 안전·생명업무 정규직 고용 의무화 등 비정규직 보호 조처가 기업의 인력 운용과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리라고 지적했다. “정규직의 고통 분담이 선행되지 않고 또다시 추가적인 비정규직 규제를 만들거나, 기업의 부담 증대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까지 나서 “비정규직을 되레 늘릴 우려가 있다”며 정부 대책에 제동을 걸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5일 기자들을 만나 “비정규직의 계약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 자칫 비정규직을 더욱 늘려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일본이 비정규직 확대를 방치하다 내수 침체를 불렀고,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최대 화두로 ‘노동시장 개혁’을 부르짖는 상황에서 나온 여당 원내대표의 이런 발언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 대책이 표를 깎아먹을 수준으로 발을 잘못 내디뎠다는 집권세력의 문제 인식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이런 사정 탓에 근로기준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 등을 고쳐야 하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국회 통과는커녕 노사정위 합의도 끌어내지 못한 채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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