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치권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론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초래할 지방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강조하고 나서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폭을 줄이거나 재계 주장처럼 지역·산업별로 최저임금을 이중화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기권 장관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우리 사회의 일하는 분들 간의 임금 격차가 크고 저임금 근로 계층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높은 편인 25% 수준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경제 상승률, 다른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 등에 격차 해소분까지 반영하고 있다. 과거 5.2% 수준이던 최저임금 인상률을 7% 이상으로 유지한 건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벌어진 노동자들의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의 지속적 인상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이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과 동시에 평소 지론대로 대기업 원청의 이익이 중소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흘러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장관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률을 7%대로 하다 보니 지역 중소기업은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 부분의 보완책은 뭐가 있는지 정부 나름대로 고민을 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세한 중소기업의 경우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 이를 감당하지 못해 고용을 줄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노동계는 이 부분을 두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에 참여하는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최저임금 인상마저 버티지 못하는 영세 기업들은 유망 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 재취업 알선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영세 기업이 많이 어렵다는 얘기는 정부가 만날 하던 얘기”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지역별, 산업별로 따로 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과거에도 전국적 규모의 최저임금을 정하되 지역과 산업에 따라 별도의 최저임금을 정하려고 몇차례 시도했으나 “최저임금 차등화는 그야말로 최저 선의 임금을 정한다는 최저임금제의 취지에 반할뿐더러 지역이나 업종별 차별 논란이 일 것”이라는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실패한 바 있다. 이는 재계가 그동안 꾸준히 주장한 방안이기도 하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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