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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해고, 3년 후 이들은…노조활동 하려면 해고를 각오해라?

등록 2015-05-15 11:33수정 2015-05-15 14:31

[뉴스펀딩]
3년 전 만난 해고노동자들…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한겨레>는 노동절인 지난 1일 ‘3년 전 만난 해고노동자들…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된 뒤 세상을 등진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자리에 모였던 또다른 해고노동자 13명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기획이었습니다.

한겨레는 그 후속 기획으로 13명의 해고노동자들 개개인의 세밀한 삶을 글과 사진으로 전하기로 했습니다. 이 기획은 ‘다음 뉴스펀딩’을 통해서도 소개됩니다. 뉴스펀딩은 독자들의 후원을 받아 독자와 함께 기사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 생산 방식입니다.

한겨레와 다음은 뉴스펀딩을 통해 모아지는 후원금을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와 가족들을 위한 단체인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잡고)에 전달할 것입니다. 1만원 이상 후원해주신 분들은 해고노동자 13명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초대가수의 공연을 볼 수 있는 토크콘서트에 초청할 계획입니다.

노조활동 하려면 해고를 각오해라? - 유성기업 해고노동자 홍종인

홍종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노조를 파괴한 회사는 처벌받지 않는데 피해를 당한 노동자만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한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홍종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노조를 파괴한 회사는 처벌받지 않는데 피해를 당한 노동자만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한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헌법 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명시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81조는 사용자가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처럼 법은 노조활동을 ‘노동 기본권’으로 명시해 보호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노조 활동 방해는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처벌 조항까지 두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노조 활동은 ‘사회적 살인’이라 부르는 ‘해고’까지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1960년 설립된 유성기업은 충남 아산·충북 영동·대구에 공장을 둔 자동차 엔진부품 제조회사다.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인 홍종인(42)씨는 2011년 3월부터 ‘주간 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 도입’을 요구하며 잔업·특근거부, 파업, 태업을 시작했다. 2010년 유성기업 노사가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에 합의했지만 세부 내용을 논의하는 특별교섭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이에 유성기업은 2011년 5월 직장폐쇄로 맞섰다. 2011년 8월 노사가 법원의 중재로 “불법행위를 하지 않겠다”, “기존 복귀자 및 관리직과 화합을 위해서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조정에 합의하자, 노조 조합원들은 파업을 끝내고 복귀했다.

 

 그러나 복직 뒤 ‘피바람’이 불었다. 회사는 2011년 10월 파업 참가자 중 23명, 같은 해 11월 4명을 징계 해고했다. 집회·시위 참가횟수 5점, 명예훼손·협박 3점, 업무지시위반 5점, 업무방해 10점, 폭력 10점, 시설물 훼손 2점, 비위행위 기획·지도책임 35점(노조 집행부는 무조건 35점) 등이 기준이었다. 노조 간부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기준이었다.

 징계 해고된 27명이 충남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서울행정법원까지 절차상의 문제 등으로 해고 무효를 인정받자 유성기업은 2013년 6월 이들을 전원 복직 시켰다. 하지만 복직시킨 지 4개월 만인 10월 이들을 또 다시 해고했다. 사유는 2년 전과 똑같았다. 그렇게 2013년 10월 홍종인씨는 고공농성 중이던 충북 옥천에 있는 22m 높이의 광고탑에서 2차 해고 통보를 받았다. “두 번째 고공농성 중에 해고 통지를 문자로 받았어요. 고공농성 하는 사람에게 “넌 해고자니까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이었죠. 높은 곳에서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나는 죽어도 상관없다는 뜻인 건지.” 홍씨가 말했다.

이정훈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장(오른쪽)과 홍종인 아산공장 지회장이 충북 옥천읍 옥각리 옥각교 옆 광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정훈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장(오른쪽)과 홍종인 아산공장 지회장이 충북 옥천읍 옥각리 옥각교 옆 광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그런데 홍씨와 동료들의 해고는 우연이 아니었다. 그가 해고되고 1년 뒤인 2012년 9월 <한겨레>와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노사관계 안정화’를 내세워 ‘직장폐쇄→용역투입→복수노조 설립 지원’등의 방식으로 7년간 14개 노조를 파괴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창조컨설팅과 손잡은 회사 중에는 홍씨가 일했던 유성기업도 있었다. 공개된 문서는 기존에 있던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 핵심 간부들을 징계 등으로 현장에서 ‘분리’한 다음, 복수노조인 유성기업 노동조합을 새로 만들어 조합원을 늘린 다음 교섭권을 갖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ㆍ‘금속노조 영향력 축소를 통한 노사관계 안정성 확보-온건·합리적인 제2노조 출범(2011년 4월28일자 노사관계 안정화 컨설팅 제안서)’

 ㆍ‘유성지회 주요 간부와 배후조종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1차 징계절차가 마무리되어 이들에 대한 해고 등 중징계가 이루어지는 10월 초순에는 회사의 징계권 행사에 대한 실감을 할 것으로 판단됨. 또한 유성지회 핵심세력이 대부분 해고, 출근정지 등으로 현장에서 분리되는 1차 징계 종료 후에는 대부분의 유성지회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2차 징계가 개시됨(2011년 9월21일자 향후 징계절차 진행 및 유성기업노동조합 조합원 확보 관련)’

 ㆍ‘현재 진행 중인 징계 절차가 종료된 이후에는 유성지회의 핵심세력들이 모두 중징계 처분을 받아 현장에서 분리되는바, 현장에서의 유성지회 영향력이 소멸됨(2011년 10월8일 유성노조 가입 확대 전략)’

 ㆍ‘회사는 유성기업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에 대하여는 금속노조 유성지회 소속 조합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감경하여 징계 처분할 예정임(2011년 11월3일 향후 징계절차 진행 및 유성기업노동조합 조합원 확보 관련)’

 ㆍ‘2011년 10월에 징계해고한 자들이 최악의 경우 노동위원회에 의해 구제되더라도 현장에 복귀할 수 없게 함으로써 조직 분위기를 다잡아 관리력을 바로 세움(2012년 2월3일 유성기업 조직 안정화 방안)’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이 서울 영등포 문래동 창조컨설팅 사무실로 들어가려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이 서울 영등포 문래동 창조컨설팅 사무실로 들어가려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유성기업과 창조컨설팅의 계획대로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의 ‘핵심’ 집행부는 해고됐고, 그 자리를 기업노조인 유성기업노조가 채웠다. 2011년 7월 설립된 유성기업노조는 조합원 수를 꾸준히 늘려 임금·단체 교섭권을 확보했다. 복수노조가 있는 경우 회사가 요구하면 노조들은 하나의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꾸려 임·단협 교섭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될 수 있을까? 노조들이 합의로 결정하지 못하면 전체 조합원 과반수가 소속된 노조가 대표 노조가 된다.

 파업에 참여했던 노조 간부들은 해고돼 4년째 복직 투쟁 중이지만,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만든 회사는 건재하다. 회사가 노조를 만드는 데 개입하는 것 역시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노조는 회사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지만, 법원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유성기업 말고도 ‘창조컨설팅’이 개입해 노조를 파괴했던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옛 발레오만도), 보쉬전장, 상신브레이크, 콘티넨탈 오토모티브 일렉트로닉스도 줄줄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검찰이 준 면죄부에 반발해 금속노조는 법원에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재판단을 구하는 ‘재정신청’을 제기했다. 이들 중 법원이 검찰에게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를 명령한 곳은 유성기업·발레오만도 뿐이다.

 “2011년 첫 해고 통보를 받고 암담했어요. 직장폐쇄 때도 임금을 받지 못해 생활이 힘들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경제적인 부분도 문제지만 “삶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래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노조 활동했다고 해고될 거라 누가 생각했겠어요? 노조를 파괴한 회사는 처벌받지 않는데 그 피해를 당한 노동자만 힘들어하고 있네요.” 홍종인씨가 말했다. 2014년 12월30일 재정신청을 받아들였던 법원은 지난 4월24일 홍씨 등에 대한 해고가 정당했다는 판결을 내놨다.

글 김민경 기자 torani@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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