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가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자음과모음 앞에서 회사의 권고사직을 거부한 편집자 윤정기씨에 대한 부당 인사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제공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권고사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편집자를 물류창고로 발령낸 출판사 자음과모음의 인사 발령이 ‘부당 전보’임을 인정하고 해당 편집자를 즉시 원직 복직시킬 것을 명령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1일 ‘자음과모음 부당 전보 구제신청 사건’과 관련한 심판회의를 열고 “회사(자음과모음)의 전보 발령이 근로기준법 위반의 부당 전보 발령임을 인정하고, 당해 노동자 윤정기를 즉시 원직에 복직시킬 것을 사용자에게 명령하였다”고 밝혔다. 이날 심판회의에는 사용자위원 이훈구, 근로자위원 이재웅, 공익위원 최영우, 심준용, 이창환 등 5명의 위원이 참석했다.
윤정기(29)씨는 3월24일 자음과모음 쪽으로부터 “같이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회사로서 할 수 있는 건 권고사직 처리”라는 말을 듣고 이를 거부한 뒤 25일 물류팀 창고로 발령받았다.
(▶ 관련 기사 : 실적 압박·부당인사 등 출판사 ‘갑질’…29살 청년 편집자는 꿈을 뺏겼다) 윤씨는 사쪽의 이런 인사 조처가 ‘부당 전보’라며 같은달 3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윤씨는 심판회의를 앞두고 발표한 최후진술서에서 “출판계가 그동안 ‘지식 노동’이라는 허울 아래 쌓아온 노동 조건은, 사용자의 정당한 권리를 신장시키고 산업 구조의 취약함을 보완하는 데만 급급했다”며 “이로 인해 정작 책을 만드는 노동자의 얼굴은 가려지고 그들이 처해 있는 열악한 상황은 기록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자음과모음에서 일하며 피신청인(사쪽)이 행해온 여러 부당 노동행위에 대해 자주 침묵해 왔다”며 “모든 관행과 악습에 대해 침묵하면서 산업의 성장이나 회사의 매출액만을 우선순위에 놓는다면, 그들이 만들어낸 책이라는 매체는 독자들에게 있어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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