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위원 6.5~9.7% 인상안 제시…노동계 8100원 수정안에도 못 미쳐
노동계 위원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 자리 박차고 나와…총사퇴도 검토”
8일 오후 전원회의 개최 예정…두자릿수 촉진구간 제시 여부 협상 관건
노동계 위원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 자리 박차고 나와…총사퇴도 검토”
8일 오후 전원회의 개최 예정…두자릿수 촉진구간 제시 여부 협상 관건
결국 한자릿수 인상률이었다. 밤을 새운 내년치 최저임금 논의에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9.7% 이하의 인상률을 제시하자 이에 반발한 노동계 위원들이 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다. 위원회는 오늘 오후 7시30분 회의를 다시 열어 2016년치 최저 시급과 월급을 결정할 계획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7일 오후 3시30분 11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치 최저임금을 얼마로 정할지를 두고 회의를 12시간 넘게 거듭했으나 날짜가 바뀐 뒤에도 결론을 내지 못 했다. 8일 오전 5시20분께 공익위원들이 촉진구간으로 6.5%∼9.7%를 제시하는 순간 노동계 위원 9명이 “수긍할 수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집단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공익위원 촉진구간은 다음년도 최저임금액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사용자 쪽의 의견차가 매우 클 때 양쪽의 요청에 따라 거간 성격의 공익위원이 인상 구간의 상·하한선을 설정하는 것으로, 강제성은 없으나 관례상 그 안에서 인상률이 결정돼 왔다.
올해 최저시급 5580원에서 6.5% 인상은 5940원, 9.7% 인상은 6120원에 해당한다. 월급으로는 124만1460원∼127만9080원으로, 올해치(116만6220원) 대비 7만5240원∼11만2860원이 오르는 셈이다.
노동계 위원들은 이날 새벽 집단 퇴장 뒤 기자회견을 열어 공익위원들을 강하게 비난하고 최저임금위원 총사퇴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 위원인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여야 정치권과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최저임금 인상 발언으로 기대치를 한층 높여왔는데 공익위원들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촉진구간을 제시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며 “다음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노동자 위원 총사퇴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노동계가 양보를 거듭했는데도 한자릿수 인상률이 제시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1000만 장그래와 함께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회의 과정은 난산에 난산을 거듭했다. 저번 회의 때 8400원으로 요구안을 낮춘 노동계는 이번 회의에서 8200원→8100원으로 재차 수정안을 제시하며 애초 요구안(1만원)에서 1900원을 깎았다. 반면, 애초 5580원 동결안을 제시한 경영계는 5610원→5645원을 제시하다 막판에 5715원을 제시했다. 결국 2385원이라는, 노사 양쪽의 넘어설 수 없는 벽 앞에서 공익위원들의 한자릿수 인상안이 나온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8일 오후 7시30분 전원회의를 다시 열어 내년치 최저임금을 결정키로 했다. 결론은 둘 중 하나다. 첫째, 공익위원들이 현재 제시된 촉진구간을 계속 고집할 경우 노동계 위원들의 불참 속에 한자릿수 인상률을 사용자 위원들의 참여 속에 결정하는 것이다. 이 땐 노동계 위원들이 “최저임금위원회 안에서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며 최저임금위원을 집단 사퇴하고 양대노총의 7월 총파업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둘째, 공익위원들이 남은 12시간 동안 내부 논의를 거쳐 두자릿수 촉진 구간을 제시할 때는 노동계 위원들이 저녁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이제 공은 공익위원들이 손으로 넘어간 셈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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