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청년일자리 만들려면
노동시장 구조개혁 꼭 이뤄야”
전문가들 “진전된 안 내놓아야”
노동계 희생 강요한 정책방향 비판
노동시장 구조개혁 꼭 이뤄야”
전문가들 “진전된 안 내놓아야”
노동계 희생 강요한 정책방향 비판
정권발 노동시장 구조개편이란 이름의 태풍이 올해 하반기에 강하게 휘몰아칠 조짐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이 연일 발언에 나서 태풍에 수분과 열기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노동계 희생만 강요하는 일방통행식 정책의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기 어려우리란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청년들한테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제공하려면 경제활성화 노력과 함께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며 “부디 조속히 노사정 대화가 재개되도록 범정부적인 노력을 강화하고, 서로가 조금씩 내려놓고 청년들을 위해서 열린 마음으로 논의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상임위원장·간사단 회의에서 “노동계의 의견을 정부 쪽에 전달하고 정책과 입법에 반영하는 정책조정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여당 쪽의 잇단 발언은 상반기 주요 과제로 추진한 공무원연금 개편 작업이 마무리됐다고 보고 하반기엔 정권 차원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편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개편의 방향이다. 지난 4월 노사정위원회 논의가 결렬되기 전까지 몇달간의 노동시장 구조개선특위 논의 과정에서 사용자와 한 배를 탄 듯한 정부와 노동계 사이의 인식의 깊은 골이 드러났다. 당시 노동계가 가장 크게 반발한 대목은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본질적 하부구조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해소하려는 ‘경제민주화’에 힘을 쏟기는커녕 10% 남짓한 ‘정규직 때리기’에만 골몰한다는 점이었다.
정부 주도의 의제만 앞세워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한 대목도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정부의 이런 일방통행식 태도는 노사정 논의 결렬 뒤 오히려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내년 정년 60살 의무화를 앞두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지침을 이달 안에 내놓고,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한 가이드라인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는 양대노총의 ‘투쟁 의지’에 기름을 끼얹는 모양새다.
사용자 편향적인 정책 방향과 밀어붙이기식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 한 노사정 논의를 재개하기도 어렵거니와 ‘대타협’은 언감생심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장 정부와 여당이 근로기준법 개정과 관련해 야당 벽을 넘어서는 것조차 버거워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쉬운 해고나 비정규직 확대, 임금피크제 도입, 노동시간 단축 등의 문제에 대해 정부가 자기주장만 했을 뿐 노동계 의견을 받아들이며 포괄적인 타협과 절충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해고와 임금피크제를 가이드라인과 지침으로 하겠다는 것은 유신시대 계엄령보다 더한 폭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정말로 실행하고 싶다면 기존 태도를 크게 바꿔야 한다고 주문한다. 윤진호 인하대 교수는 “노사정 합의를 하려면 정부가 진전된 안을 내놓고 절차를 존중하며 인내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도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관련 안건은 아이엠에프(IMF) 해고 트라우마가 있는 노동계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조그마한 성과를 모아가는 방식으로 사회적 대화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전종휘 서보미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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