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노동위원장·각 정당에 공문
투쟁-대화 병행으로 전략 변화
새누리가 제안 받아들일지 관심
투쟁-대화 병행으로 전략 변화
새누리가 제안 받아들일지 관심
양대노총이 노동시장 구조개편 논의기구를 국회에 설치하자고 요구하고 나섰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하반기 핵심 과제로 ‘노동시장 개편’을 내세우며 노동계를 거세게 압박하는 가운데 나온 노동계의 공동 대응 방침이다. 긴장감이 높아가던 노-정 대결 국면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24일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정의당과 김영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위원장한테 공문을 보내 “현재 핵심 사회적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대해 국회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때라고 판단한다”며 “여야 정치권, 정부, 노사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국회 논의기구 구성에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오후 국회에 사회적 논의기구를 설치하자는 제안서를 보냈다. 두 노총의 이날 공동행동은 사전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
양대노총의 이날 제안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편 강행 방침에 그동안 투쟁으로 맞서기만 하던 대응 기조가 투쟁과 대화 병행이라는 강온 양면전략으로 바뀌었음을 뜻한다. 한국노총은 지난 4월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 구조개선특별위원회 논의 결렬 선언 뒤 지난달 조합원 투표로 총파업 카드를 확보한 데 이어 13일부터는 김동만 위원장이 삭발 농성에 들어가는 등 대응 수위를 높여왔다. 애초부터 노사정위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도 두 차례 총파업을 벌이는 등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편 강행 추진에 ‘힘에는 힘’ 방식으로 맞서왔다.
두 노총의 전술적 변화의 배경엔,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가 일제히 나서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상반기 논의 때 이미 드러났듯 중재자인 공익위원의 선정과 의제 설정 등과 관련해 정부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주도하는 논의 틀이라 더는 기대할 게 없으니, 그보다는 힘의 불균형이 덜 한 국회로 무대를 옮기겠다는 것이다. 국회에는 노동계 의견을 대체로 지지하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당이 버티고 있어 마치 한 배를 탄 듯한 정부·사용자의 공세에 대응하는 게 상대적으로 덜 어려우리라는 판단인 셈이다.
앞서 국회 환노위 야당 간사인 이인영 새정치연합 의원은 22일 “실패한 노사정위 재개보다는 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가 노동개혁과 관련해 새로운 출발이 가능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국회에서도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는 등 즉각적인 대화에 나설 수 있기를 바란다”고 공개 제안한 바 있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느냐다. 새누리당은 개점휴업 상태인 노사정위원회를 복구해 여기에서 노동시장 개편 문제를 논의하는 게 우선이라는 태도다. 김무성 대표는 22일 농성중인 김동만 위원장을 찾아가 “법에 규정된 기구인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 싸워도 거기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새누리당 일각에는 공무원연금 개편 때와 마찬가지로 노동계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국회에 설치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기류도 있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노동계의 제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파악부터 해봐야 한다”면서도 “국회에 기구 설치 문제를 논의해볼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종휘 황준범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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