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정권차원 꼼수” 반발
야당, 국회 논의기구 설치 요구
야당, 국회 논의기구 설치 요구
정부가 27일 청년 고용절벽 해소책의 하나로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다시 꺼내들었다. 쉬운 해고와 무조건적인 임금피크제 도입, 비정규직 규제 완화 등 노사정 대타협을 결렬로 이끈 핵심 주제들이다. 정부가 청년고용을 명분 삼아 사용자 편에 서서 정책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은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가 들이미는 논리는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쪽으로 취업규칙을 바꾸더라도 이는 노동자한테 불리한 게 아니라거나 설령 불리한 변경이더라도 노동자 과반의 동의 없는 변경이 합리화될 수 있는 요건이 무엇인지를 지침으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날 “근로계약에 관한 기준·절차 명확화”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한 대목은 기업이 노동자 한두명을 개별적으로 해고할 때 거쳐야 할 절차 등을 담은 것이다. 사실상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한국노총이 노사정 결렬 선언을 하게 만든 핵심 쟁점이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청년고용이 늘 거라는 정부의 정책 판단은 전혀 검증된 게 아니다. 예컨대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보고서를 내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의 고용안정이나 청년고용 창출에 끼치는 영향은 경영계의 예측이나 정부의 기대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보는 게 오히려 더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안도 다시 등장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비정규직 종합대책 발표 때에는 정책 목표를 “고용안정성 제고”라고 설명하더니 이번엔 ‘일자리 만들기 쉬운 환경 조성’이라고 했다.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노동자의 고용안정성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속내를 좀더 솔직하게 드러낸 셈이다. 현재 32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 허용 업종을 “인력난이 심한 업종”으로 늘리겠다는 안도 다시 제기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낸 논평에서 “최근 정부와 여당은 노동시장 구조개악 강행 추진을 위한 정권 차원의 총공세를 펴고 있으며, 이번 대책은 그 일환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이런 꼼수로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을 ‘일자리 대책’으로 포장하는 선전 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노총도 “노동시장 구조개악 정책은 열악한 일자리는 늘리고 양질의 일자리는 줄여 청년실업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려는 정부 의도가 이대로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나서 노사정위원회를 재가동하는 방식의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휘몰이하는 가운데 양대 노총과 새정치민주연합·정의당 등이 국회 논의기구 설치를 요구하며 맞서는 양상이어서다. 정부가 6월까지 내놓겠다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관련 지침’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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