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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김무성 이번엔 “노조 때문에 폐업” 왜곡…박 대통령 발언은 경총 회견문 판박이

등록 2015-09-03 21:56수정 2015-09-04 10:03

<b>노동계 “새누리당 막말 멈춰라”</b>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김무성 대표 반노동 막장발언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포스터에 그려진 김 대표 얼굴의 입 부위에 ‘×자’ 모양으로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노동계 “새누리당 막말 멈춰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김무성 대표 반노동 막장발언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포스터에 그려진 김 대표 얼굴의 입 부위에 ‘×자’ 모양으로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여권 도넘은 ‘노조 혐오주의’ 조장
‘노동시장 구조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정부·여당·재계의 주요 인사·단체가 노조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넘어 노조 분열을 유도하거나 노조혐오주의를 조장하는 발언을 쏟아내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기업이 어려울 때 고통을 분담하기는커녕 강경 노조가 제밥그릇 늘리기에 몰두한 결과 건실한 회사가 아예 문닫은 사례가 많다”며, 콜트·콜텍·발레오공조코리아 노조 등을 거명했다. 영업흑자에도 공장 국외이전을 명분으로 정리해고를 하거나 악명 높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지휘를 받아 노조 파괴에 앞장선 회사들이 강경 노조의 이기주의 탓에 문을 닫은 것처럼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김 대표는 전날에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대기업 강성 노조가 매년 불법파업을 일삼고 공권력이 투입되면 쇠파이프로 그 공권력을 두들겨 팼다. 그런 불법 행위가 없었다면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3만달러 수준을 넘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무성, 쇠파이프 비난 이어
노조 파괴 앞장선 회사를
“강경 노조에 문닫았다”고 호도

박 대통령 ‘노동계 10% 기득권’ 발언
전날 경총 회견문 내용과 똑같아

정부·여당·재계의 ‘노조 비판’ 발언
정부·여당·재계의 ‘노조 비판’ 발언

김 대표처럼 원색적이진 않지만 박근혜 대통령이나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의 발언도 청년고용절벽이나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책임을 기업이 아니라 일부 정규직 노조에 전가해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노동계도 10%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의 기득권에 매달리지 말고 더욱 열악한 현실에 있는 90%의 대다수 근로자들과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눈물어린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는 박 대통령의 1일 국무회의 발언은, “노동계는 10.3%에 지나지 않는 노조원의 조직적인 이익만 챙기지 말고 대다수의 미조직 근로자와 미래의 근로자인 미취업 청년들의 간절한 바람에도 귀를 기울여달라”는 8월31일 한국경영자총협회 기자회견문과 사실상 내용이 똑 같다.

정부·여당의 잇단 노조 때리기는 10%에도 미치지 않는 정규직 노조를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나머지 90% 노동자와 청년들의 적으로 돌려 노동계의 분열을 유도하는 한편으로 정부 정책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도라는 게 노동계 시각이다. 정부 주장과 달리 예컨대 현재 노동계가 가장 거세게 저항하는 의제인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일반해고 요건 완화는, 노조와 단체협약의 보호를 받는 대기업 노조보다 협상력이 없는 무노조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훨씬 더 강하게 옥죌 족쇄가 될 우려가 크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중앙당사를 비롯해 새누리당의 전국 8개 시·도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대표와 박 대통령을 거세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을 악마화하는 김 대표의 발언은 자신의 몸속에 반노동 유전자가 깊게 각인돼 있음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며 “노동조합을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세우는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속셈은 노동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노동조합마저 와해시켜 전체 노동자를 노동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야만의 노동시장으로 내몰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한국노총도 잇단 노조비난 발언을 두고 “노동계와 일반 노동자를 갈라치기하는 모략”이라고 비판했다.

전종휘 김경욱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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