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직원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전화로 물건을 팔거나 손님의 요구사항을 접수하는 전화통신판매원(텔레마케터)이 국내 직업 가운데 가장 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 6월부터 넉달간 국내 730개 주요 직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35명씩 모두 2만5550명을 대상으로 감정노동의 강도를 조사한 결과, 전화통신판매원의 감정노동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고용정보원은 업무시간 중 다른 사람과의 접촉 빈도, 업무 가운데 민원인한테 대응하는 일의 중요도, 화를 내거나 무례한 사람을 대하는 빈도 등을 각각 5점 척도로 조사했는데, 전화통신판매원은 12.51점(15점 만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많은 전화통화를 해야 하는 업무인데다,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대화하는 업무 특성상 성희롱, 욕설 등 언어폭력에 손쉽게 노출되는 현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관리자와 네일아티스트가 나란히 12.26점으로 공동 2위를 차지했고 중독치료사(11.97점), 창업컨설턴트·주유원(11.94점) 등이 4·5위에 올랐다. 경찰관과 보건위생 및 환경검사원은 화를 내거나 무례한 사람을 대하는 빈도에선 전화통신판매원과 같은 3.46점으로 공동 1위를 차지했으나 접촉 빈도와 민원인 대응 중요도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점수가 나와 종합 순위에서는 44위와 100위권 밖에 머물렀다.
100위 안에 든 직업들은 대부분 서비스직종이었다. 전반적인 산업구조가 생산·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상황에서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처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연구를 수행한 박상현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웃는 낯으로 고객을 대해야 하는 감정노동 직업인을 위한 관심과 배려, 정책적 지원이나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노동계는 극심한 감정노동으로 발생한 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대책을 놓고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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