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좁은 취업문…이루기 힘든 ‘완생’의 꿈
미취업자 또는 비정규직이 5년 안에 자신의 처지를 벗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난달 30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1~17년차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에서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하나 발표됐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노동패널조사에서 나타난 비정규직 현황과 추세’라는 논문을 통해 5년 전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노동인구의 절반가량이 아직도 비정규직이며, 미취업자의 70%가량은 여전히 미취업 상태라고 밝혔다.
■줄어든 미취업자…상당수는 비정규직 취업
논문을 보면, 2009년 실시한 제12차 노동패널조사 당시 전체 응답자 가운데 자신이 미취업자라고 응답한 비율은 41.9%였다. 하지만 2014년 제17차 조사에서는 37.8%로 4.1%p가량 감소했다. 반면 비정규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2.5%에서 15.8%로 3.5%p나 증가했다.
자신이 정규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년 새 27.4%에서 28.4%로 1.0%p 증가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자영업자라고 응답한 비율은 0.5%p 감소했다. 미취업 상태를 벗어난 응답자의 상당수가 비정규직이 됐음을 알 수 있다.
■좁고 좁은 취업문
5년 전 자신이 미취업 상태라고 답했던 응답자의 70.7%는 여전히 미취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2.0%는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비율은 12.2%, 창업을 선택한 비율은 5.1%다.
결국 9명 가운데 1명 정도만 정규직이 될 수 있었고, 나머지 8명 정도는 불안정 노동이나 창업으로 인한 비정규적 소득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루기 힘든 ‘완생의 꿈’
5년 전 자신이 비정규직이라고 답했던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0%는 여전히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이 된 비율은 26.8%에 그쳤고, 7.1%는 창업을 선택했다. 19.2%는 아예 일자리를 잃었다. 비정규직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비율과 비정규직에서 미취업 상태가 된 비율을 합하면 66.2%나 된다.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2/3가량이 처한 상황은 5년 전과 같거나 더 나빠진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뒤 5년 새 같은 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은 11.5%에 머물렀다.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9명 중 1명꼴이다. 별도의 구직활동을 통해 다른 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15.3%에 견줘 적은 수치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거의 이뤄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정규직, 자영업자는 그나마 낫다지만
5년 전 자신이 정규직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68.5%는 여전히 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12.9%는 5년 새 비정규직이 됐고, 6.2%는 창업을 선택했다. 12.5%는 현재 아무런 경제활동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규직의 처지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년이 보장되는 ‘평생직장’과는 거리가 멀다. 5년 전과 같은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답변한 비율은 52.1%에 그쳤다. 절반 정도의 정규직 노동자가 5년 동안 퇴직, 사직, 창업 등의 이유는 물론 이직 등의 형태로 원래 직장을 떠났다는 뜻이다. 다른 정규직 일자리로 옮겼다고 응답한 비율은 16.4%다. 같은 직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응답한 비율도 4.5%나 된다.
자영업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5년 전 자신이 자영업자라고 응답한 사람의 72.0%는 여전히 자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나머지 28%는 사업을 정리했다. 사업을 정리한 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13.1%다.
글 그래픽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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