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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민주노총 새로운 도전을 위하여

등록 2015-11-10 20:52수정 2015-11-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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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20년 성과와 과제
민주노총 설립 20돌을 맞아 <한겨레>는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노동계 전문가 6명에게 민주노총의 나아갈 길을 물었다. 이들은 노동시간 단축·근로조건 향상 등 그간 민주노총이 일궈온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산업·노동 구조의 다변화에 따른 간접고용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 새로운 도전 역시 만만치 않음을 강조했다. 이들의 제언은 입장과 관점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국민의 지지 속에 일부 노동자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민주노총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점은 같았다.

“역량 강화할 내부혁신 절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 연구소장
노광표 한국노동사회 연구소장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민주노총 설립이라는 조직적 성과를 이뤄냈다. 민주노총은 그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노동조건 개선 등 상당한 노동 이슈를 의제화해 법·제도 개선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른바 ‘87년 체제’가 해체되는 과정에, 한국 사회에 불어닥친 산업구조·고용형태의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처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의 핵심 전략이었던 ‘정치세력화 운동’이나 산별노조 운동 등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당면한 비정규직 문제 등을 제대로 돌파하지 못하면 민주노총의 존재 의미를 국민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분기점에 놓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같은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명박 정부 이후 보수정권이 채택한 민주노총 배제 전략에서 찾아야 하지만, 민주노총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역량을 갖췄는지도 의문이다. 예컨대 민주노총은 중앙조직으로서 정책 생산과 교섭력 제고에 집중해야 하는데, 여전히 단기적인 투쟁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민주노총과 각 산별 노조, 사업장 단위 노조 사이에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무엇보다 내부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리더십 복원을 위한 횡적 네트워크의 가동과 내부 조직 혁신이 절실하다.

“구호 넘어 섬세한 해법 모색을”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민주노총은 1990년대 초반까지 각 사업장의 전제적인 문화를 민주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대·중소기업 격차,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자 내부 계층성 문제에 대해서는 엉뚱한 역할을 했다. 의도치 않았겠지만 기업 내부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산업구조의 양극화가 노동시장 양극화로 연결되는 데 재벌과 자본의 카운터 파트로 기여하게 된 측면이 있다.

한국 사회 구조적인 모순에 주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제외하면, 여전히 민주노총은 사회적 연대의식과 실행력을 갖춘 건강한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여전히 민주노총을 찾고 있다. 이들을 접촉하고 조직하기 위한 다양한 루트를 개발하는 등 디테일한 노력을 통해 강점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옳은 해법이 아닐 수도 있다. 예컨대 정규직화를 통해 단순노무직의 임금이 상승하면, 경영 쪽에서는 아웃소싱의 강력한 유인이 생기는 셈이다. 단순하고 명징한 구호에 대한 유혹을 버리고, 차등과 차별을 구별하는 디테일하고 합리적인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

“경직성 벗고 대중과 교감 필요”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주노총은 대중과 교감해야 한다. 대중에게 안정감을 주며, 엄숙한 불편함보다는 희망을 주는 이슈와 퍼포먼스를 고민해야 한다. 농성·삭발·깃발·머리띠·붉은조끼로 대표되는 낡은 방식을 벗어나 젊은이들과도 즐겁고 편하게 교감할 수 있는 이슈와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독일 노동조합이 활용하는 플래시몹 형태 파업 방식 등이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으로 대표되던 근대화 시기의 한국 노동운동과 구분되는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실리적 경제투쟁에서 벗어나 한국사회 정치·경제·노동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해 직접 노동운동의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노동이 다루는 의제 영역을 확대했다는 성과는 분명하다. 특히 비정규직 이슈나 사내하도급 이슈를 사회·정치 문제로 끌어올린 것은 민주노총의 공이 컸다. 그러나 비타협적 노동운동 방식을 초지일관 고수하면서 노동운동을 대중으로부터 괴리시켰다는 과오 역시 뚜렷하다. 특히 현장 근로자의 이해와 동떨어지는 전략과 목표를 설정하고, 지나치게 노선에 경직된 투쟁을 벌임으로써 노동운동 진영을 사회 전체적 관계망에서 고립시킨 부분도 적지 않다. 이는 시대의 변화와 사회경제적인 조건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 조직의 경직성 탓으로 보인다.

“노사정 대화에 나오길 기다려”

시민석 고용노동부 대변인
시민석 고용노동부 대변인
민주노총은 그동안 현장의 다양한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정부의 법·제도 개선에 반영 될 수 있도록 하고, 비정규직 근로자 등 취약계층 근로자들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등 근로자의 근로 조건 향상 등에 기여한 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면과 더불어 아쉽고 부족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노동과 고용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일자리 문제는 지구상 어느 나라도 예외 없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화두가 된지 오래다. 우리도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1997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처음으로 노사정 대타협이 성사된 바 있고, 최근에는 지난 9·15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1997년 노사정 대타협 당시 민주노총 지도부가 참여한 합의안이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된 뒤 지금까지 민주노총은 노사정간 대화와 타협의 장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노동시장의 격차 해소, 청년과 장년 등 우리 모두가 상생하는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사정 등 각 경제 주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할 중요한 시기다. 민주노총도 과거처럼 대규모 집회, 총파업 등에 치중하기 보다는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를 대표하는 총연합 단체로서 대화와 협의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전체 노동자 위한 운동 나서라”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주적이며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의미에서 ‘노동운동다운 노동운동’을 본격추진한 것은 뒤늦게나마 민주노총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이 전제에서 보더라도, 대(大)산별노조, 정치세력화 등 핵심 전략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봐야 한다. 환경적으로 노동운동에 적대적인 한국 사회의 법제도, 사회적 가치관, 국가 정책을 넘어서지 못했으며, 민주노총 내부적으로도 기업별 노조주의에 함몰돼 제대로 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앞으로 민주노총은 ‘조합원만이 아닌 전체 노동대중을 위한 노동운동’을 지향해야 한다. 그간 민주노총은 ‘각급 노조가 열심히 투쟁하여 최대한 따내는 것’이 전체 노동대중을 위한 운동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런 노선은 노동시장 양극화를 더 심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또 민주노총은 정부와 교섭 전략 또는 노사정 3자 협상 전략과 관련해 입장 전환이 필요하다. 만일 민주노총이 기존의 대사용자 교섭이나 대정부 대중 투쟁을 통해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면 기존 입장을 고수해도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은 자신이 가진 자원과 권력을 아주 슬기롭게 활용해야 한다. 이 ‘슬기로움’에는 정부와의 교섭이나 협상이 포함돼야 한다. 그것을 잘 활용하면 전체 노동대중을 위해 훨씬 많은 것을 얻어낼 수도 있다.

“그나마 기댈 곳은 민주노총뿐”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민주노총의 존재 자체가 한국 노동운동의 가장 큰 성과고, 민주노총의 탄생 과정 자체가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이었다. 민주노총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분들이 많은데, <송곳>의 최규석 작가가 말했듯 “지금은 비판이 아니라 모범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에 대한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광범위한 우군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언론 칼럼을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손쉬운 비판을 내고 있다. 그런데 민주노총 내부 사람들 역시 비판받는 지점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하다 못해 구태의연한 집회시위 방식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두고도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다. 다만 한국 사회의 모순에 맞서는 전체 운동역량이 턱없이 취약하기 때문에 대안 마련이 쉽지 않을 뿐이다.

예컨대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 위주인 민주노총이 비정규직의 아픔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많은데, 그나마 비정규직 투쟁에 끊임없이 연대하고 기꺼이 기댈 곳이 되어주는 조직은 민주노총밖에 없다. 특히 민주노총 내부에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할 분들이, 밖에서 비판하기에 열심인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런 분들이 민주노총 안팎에서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본다. 민주노총을 짝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 민주노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정리/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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