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울진원전 사내하청은 불법파견
입사 2년 지나면 이미 정규직” 판결
한수원 하청업체가 소속 12명 해고
8명,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잇단 승소
입사 2년 지나면 이미 정규직” 판결
한수원 하청업체가 소속 12명 해고
8명,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잇단 승소
김기철(44)씨가 경북 울진원자력발전소에서 일을 시작한 건 1997년 1월이다. 오전 9시까지 발전소 발전운영과에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할 때까지 비상용 보조보일러를 운전하고 가스를 공급하는 게 그의 일이다. 모두 원전을 가동해 전력을 생산할 때 반드시 필요한 업무다.
하지만 김씨는 처음부터 사내하청업체 소속이었다. 김씨는 2010년 6월 해고되기 전까지 13년6개월 동안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계속 했지만 소속 업체는 계속 바뀌었다. 김씨는 “그동안 (내가 고용돼 있는) 하청업체 사장 얼굴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업무지휘와 근태관리 등은 원청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소속 정규직 직원이 담당했다. 매일 아침 발전운영과의 차장이 한수원 소속 직원 30명과 동시에 김씨 등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2명을 모아놓고 그날 업무를 지시했다. 근무제를 바꾸거나 교대근무 때 김씨를 어디에 배치할지도 한수원 직원이 결정했다. 김씨는 휴가를 갈 때도 한수원의 부장이나 차장의 결재를 맡아야 했다.
그러던 2010년 6월 김씨 등 하청업체 노동자 12명은 하청업체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다. 노동자 8명은 같은해 12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자신들의 진짜 사용자임을 확인해달라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서울중앙지법에 이어 서울고법, 대법원은 잇따라 이들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선고에서 “용역업체 노동자들은 업체에 고용된 뒤 한수원의 작업현장에 파견돼 한수원으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었다”며 김씨는 파견법이 시행된 1998년 7월 이후 2년이 지난 2000년 7월부터 이미 한수원의 정규직임을 확인했다. 나머지 6명도 입사 2년 뒤부터 한수원의 정규직이거나 한수원이 정규직으로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한수원은 해고 뒤 주지 않은 임금도 모두 지급해야 한다.
김씨는 “하루빨리 복직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건을 맡은 고일석 변호사는 “국가 중요시설인 원자력발전소에서조차 불법파견이 만연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이 인건비 절감과 안전 문제 책임 회피를 위해 외주를 남발한 것”이라고 짚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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