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시위 이유로 보조금 중단
판단기준은 “각 부처 알아서”
한국노총 이어 민주노총 압박
판단기준은 “각 부처 알아서”
한국노총 이어 민주노총 압박
고용노동부가 최근 ‘불법시위’ 전력이 있는 단체는 국가보조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내부 규정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판단 기준이 애매한 탓에 정부가 보조금을 미끼로 노동단체를 길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고용부 누리집을 보면, 고용부는 지난 1일 ‘고용노동분야 국고보조사업 관리규정’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부가 민간단체와 기업 등에 국고보조금을 책정하고 집행·사후관리하는 규정이 주요 내용이다. 이 관리규정은 국고보조금을 받는 사업자 선정에서 제외해야 할 대상(9조5항)으로 “보조금법에 따라 보조사업 수행 대상에서 배제되거나 보조금 또는 간접보조금의 교부를 제한받은 경우”와 “불법시위를 주최 또는 주도한 단체의 경우”를 명시했다.
김종윤 고용부 기획재정담당관은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함에 따라 지난 7월 기획재정부가 만들어 각 부처에 보낸 표준안에 들어 있는 표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일 뿐 특정 단체를 염두에 둔 건 아니다. 기존 예산집행지침도 이미 불법시위단체에는 예산 지원을 하지 않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판단 기준이 자의적이란 점이다. <한겨레>가 ‘불법시위’에 대한 판단은 누가 어떻게 하는지, 불법시위를 한 지 10년이 지난 단체도 포함되는지 등을 묻자, 표준안을 만든 기획재정부 사회재정성과과 관계자는 “더 구체적이고 특별한 판단 기준은 없다. 각 부처가 알아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화 결렬을 선언하고 총파업을 준비하던 지난 상반기에, 한국노총에 대한 연간보조금 32억여원 가운데 31.9%인 10억2500만원만 지급해 ‘노동단체 길들이기’란 비판을 받았다. 고용부는 당시 “한국노총이 불법파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치른 1차 민중총궐기를 불법·폭력시위로 규정하고 민주노총이 이를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현재 총연맹 차원에서 받는 국고보조금은 없고, 지역 지부 가운데 일부가 노동상담센터 지원금을 받고 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노동·시민단체가 활동 과정에서 정부와 반대되는 주장이나 투쟁을 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을 이유로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꼬투리잡기에 불과하다”며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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