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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조의 노조 탄압’ 논란

등록 2005-10-23 19:20수정 2005-10-25 18:02

민한홍 전 화학노련 조사교육부장이 이달 초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와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노동운동가 고 민한홍 동지 명예회복을 위한 대책위원회’ 제공
민한홍 전 화학노련 조사교육부장이 이달 초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와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노동운동가 고 민한홍 동지 명예회복을 위한 대책위원회’ 제공
화학노련 ‘일반노조’ 결성뒤 해고된 전 조사부장 자살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화학노련·위원장 박헌수)에서 해고된 활동가가 복직 운동을 벌여오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활동가는 화학노련 안에서 노조를 결성해 활동하다가 해고돼 ‘노조의 노조 탄압이 해고와 자살을 불러왔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해고 한달여만에 자살=민한홍(40) 전 화학노련 조사교육부장이 22일 오전 7시께 서울 양평동 자택 작은방에서 노끈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민씨를 처음 발견한 부인 김아무개(36)씨는 경찰에서 “남편이 전날 밤 ‘피곤해 혼자 자겠다’며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무단결근 해고 한달여만에
화학노련 “해고-노조활동 무관”

민씨는 1984년 고려대에 입학한 뒤 노동운동에 뛰어들었으며 90년대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에서 활동하다가 기획사를 거쳐 2002년부터 화학노련에서 일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유가족들은 민씨가 실직한 뒤 매우 힘들어한 것으로 진술했다” 말했다. 민씨의 주검은 24일 부검된 예정으로, 유족들은 서울 영등포구청 인근 영등포병원에 빈소를 차렸다.

민씨는 무단 결근과 근무지 이탈 등을 이유로 지난달 15일 화학노련에서 해고됐으며, 같은달 29일 재심에서 해고가 확정되자 보름 동안 한국노총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노조의 노조탄압 논란=주변에서는 민씨의 화학노련 내 노조 활동이 화를 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씨는 지난 5월 화학노련 사무처 일부 간부·활동가들과 함께 경인지역화학일반노조(일반노조·위원장 임준택)를 결성하고 부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임준택 일반노조 위원장(화학노련 정책실장)은 “화학노련은 일반노조의 임·단협 협상 개최 요구를 수차례 무시해왔다”며 “민씨도 노조활동을 하다가 화학노련 지도부의 눈 밖에 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명목상 주된 해고 사유가 무단 결근인데, 민씨는 정상적으로 휴가원을 내고 휴가를 떠난 것으로 안다”며 “노조 활동에 대한 반감이 없었다면 해고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사태도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준 금속노련 교육부장도 “민 전 부장이 지난주 전화를 걸어와 ‘그동안 고마웠다. 너는 잘 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며 “노조를 결성해 노조 안에서의 비민주적인 조직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학노련은 해고와 노조활동은 무관하다는 태도다. 현우생 화학노련 총무국장은 “민씨의 무단 결근과 근무지 이탈이 여러 차례 지적됐다”며 “근무태도가 불량해 해고됐을 뿐 노조 활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위원장 이용득) 산하 화학노련은 화학 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464개 조직 10만여명의 조합원이 소속돼 있다. 1996년 이후 박헌수 위원장이 4선째 연임하고 있으며, 사무처의 민주적 운영과 관련해 올 초부터 핵심 간부들이 징계를 받는 등 내분을 겪어왔다. 화학노련은 5월 경인지역화학일반노조가 ‘설립필증’을 받자 노동부 서울남부사무소에 ‘노조설립취소신청’을 내기도 했다.

파장=양쪽의 주장이 엇갈리는 민씨 사건은 노동계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올 조짐이다. 화학노련 임준택 정책실장과 김기천 교육홍보실장 등은 23일 ‘노동운동가 고 민한홍 동지 명예회복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한국노총과 금속연맹 관계자 등도 합류한 대책위는 24일 11시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관계자들의 해명과 사과, 한국노총 위원장 면담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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