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노조가 지난 3월31일, 상암동 씨지브이 앞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 외모규정을 철폐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렷한 눈썹을 만들고, 반드시 생기 있는 피부화장을 하세요.”
“입술을 윤기나게 하세요. 빨간색 붉은 립스틱은 필수입니다.”
국내 최대 영화관인 씨지브이(CGV)가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용모와 복장의 기준으로 제시한 내용이다. 씨지브이가 매표 업무 등을 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지나친 외모 규정을 지키도록 요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바노조는 3월31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상암동) 씨지브이 본사인 씨제이씨지브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지나친 용모 단정 요구를 강요하거나 외모 평가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알바노조가 공개한 ‘씨지브이 미소지기 용모 복장 기준’을 보면, 여성 노동자들은 생기 있는 피부화장을 반드시 하고, 눈썹 형태가 또렷이 드러나도록 해야 하며, 옅은 눈 화장과 붉은 립스틱은 필수라는 규정이 있다.
남성 노동자도 광택 없는 젤이나 왁스 등으로 머리카락을 넘겨 이마가 보이도록 해야 한다. 건조하지 않은 피부를 유지해야 하고, 구레나룻 길이는 귀 전체 길이 2/3이 넘지 않아야 하며, 시계를 뺀 모든 액세서리를 착용해선 안 된다.
씨지브이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미소지기’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근무일 아침 조회에 참석한다. 이때 본사가 정한 복장과 외모 규정에 어긋나면 ‘꼬질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벌점이 매겨진다.
알바노조는 올해 2월26일~3월6일 씨지브이와 롯데시네마 등 영화관 아르바이트 노동자 3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도 발표했다. 응답자의 87%가 “면접에서 외모 평가를 당했다”고 했고, 98%는 “준비 시간에 임금을 못 받았다”고 했다. 96%는 “사비로 업무용 물품을 구입”했고, 80%는 회사가 요구하는 외모 기준을 어겼을 때 “벌점 등의 강압적 제재를 당했다”고 답했다.
여성 공인노무사들이 주축이 돼 2001년 꾸린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의 박윤진 노무사는 이날 “고용관계를 외모와 관련짓는 것부터 이미 위법이다. 여성에게 꾸미기 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성역할을 고정시키고 사회적으로 확장시키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하윤정 알바노조 대변인은 씨지브이 쪽에 △벌점 제도 폐지 △미소지기들의 신체에 대한 과도한 규제 금지 △면접 단계에서부터 진행되는 외모 차별 중단 △회사의 요구에 따라 쓰는 물품에 대한 임금 지급 △휴식시간 보장 등 9가지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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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지브이 여성 아르바이트 용모·복장 기준. 알바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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