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현(가명·51)씨는 2009년부터 서울시에서 조경 일을 하는 기간제 노동자로 일하다가 2013년 1월 무기계약으로 전환됐다. 4년간 그는 8개월, 9개월씩 ‘쪼개기 계약’을 맺었지만 일은 항상 같았다. 서울시가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를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오씨는 마침내 고용불안에서 벗어났다.
고용노동부가 7일 오씨와 같은 기간제 노동자(계약직)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 ‘기간제 근로자 고용안정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새로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상시·지속적 업무를 맡은 기간제 노동자는 원칙적으로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고 그동안의 근무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상시·지속적 업무는 ‘연중 지속되는 업무로 2년 이상 지속돼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업무’를 가리킨다. 가이드라인은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를 “근무실적과 직무수행 능력·태도, 근무기간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쪼개기 계약’과 식대, 출장비, 통근버스 등 각종 복리후생에서의 차별도 금지하고 있다.
현행 기간제법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성격상 ‘상시·지속적 업무’에 해당한다면 개별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기간이 2년이 넘지 않았더라도 근무실적을 평가해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기존에 있던 ‘사내하도급(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원청업체와 사내하도급업체 사업주는 비슷한 업무를 하는 원·하청 근로자 간에 임금·근로조건 등에서 불합리한 차별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를 위해 원청업체는 적정한 하도급대금을 보장하고, 하도급업체 사업주는 도급대금 중 근로자 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책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4월8일부터 시행되는데, 법적 강제성은 없다.
민주노총은 “4·13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생색내기용”이라며 “정말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려면, 상시·지속적 업무는 정규직으로 반드시 전환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계약만료 기간제 노동자 10명 중 7명이 회사를 떠나고 계속 일하는 노동자는 2명, 정규직 전환은 1명에 그쳤다. 기간제 노동자의 평균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62.2%에 불과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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