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이 서울 영등포 문래동 창조컨설팅 사무실로 들어가려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어용노조 무효 판결’ 뒤에도 회사 주도 ‘복수노조’ 설립 포착
유성기업 유사 소송 잇따를 듯…금속노조 “사례 모아 공동대응”
유성기업 유사 소송 잇따를 듯…금속노조 “사례 모아 공동대응”
‘회사가 설립·운영을 주도한 어용노조는 무효’라는 취지의 첫 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회사 주도로 복수노조가 설립된 정황이 짙은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들에서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현재 전국금속노동조합이 파악한 자료를 보면, 산하 지회가 있는 회사 가운데 별도의 기업노조가 있는 곳은 법원에서 첫 무효 판결을 받은 유성기업노동조합(유성노조)을 비롯해 모두 23곳이다. 이들 가운데 유성기업과 똑같이 외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은 회사는 보쉬전장·만도 등 4곳이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2010~2012년)에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았고 회사가 직장폐쇄를 하는 동시에 별도의 노조가 생겼다는 공통점이 존재하는 곳들이다. 금속노조는 이들 사업장 역시 유성기업과 마찬가지로 회사의 주도로 노조를 설립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은 민주노총 등 이른바 ‘강성노조’가 있는 회사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노사 관계 선진화’ 등을 명목으로 기존 노조 조합원을 탈퇴시키거나 복수노조를 설립하도록 자문한 바 있다. 창조컨설팅 대표는 유성기업 자문과 관련해 노무사 자격을 상실당했고, 부당노동행위를 방조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조합원 2200명이었던 금속노조 만도지부는 회사가 2008년부터 창조컨설팅으로부터 자문을 받아왔는데, 2012년 7월 직장폐쇄 사흘 만에 기업노조가 생겼다. 이후 금속노조 조합원 숫자는 88명으로 급감했다. 금속노조 만도지부 관계자는 “기업노조 규약의 한글 파일 작성자가 창조컨설팅으로 돼 있는 등 기업노조 설립에 창조컨설팅이 개입된 정황이 있었다”고 말했다. 보쉬전장도 2011년 11월부터 창조컨설팅의 자문 뒤, 2012년 2월 노사갈등 국면에서 기업노조가 생겨 금속노조 지회장이 해고되고 조합원 수가 급감했다. 복수노조가 설립된 것은 아니지만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은 발레오전장과 상신브레이크는 금속노조 소속 지회가 총회를 열어 금속노조를 탈퇴해 산별노조에서 기업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총회를 통한 조직형태 변경이 위법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유성기업과 비슷한 사업장들의 사례를 모아 소송을 제기하는 등 공동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송의 관건은 입증할 수 있는 증거의 존재 여부다. 유성기업의 경우 국회의 청문회·검찰·노동청 수사자료 등의 증거가 확보됐지만 다른 회사들의 경우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서울고법은 순천향대학교 중앙의료원 노동조합이 순천향대 서울·부천·구미병원 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노조설립 무효확인 소송에서 순천향의료원이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쪽과 복수노조의 설립 이후 관계를 볼 때 자주성·독립성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를 대리하는 김차곤 변호사는 “부당노동행위들이 은밀하게 이뤄지는 면이 있어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면서도 “유성기업과 비슷한 양상이기 때문에 소송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관계자도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회사 자료와 기업별 노조로 갔다가 다시 복귀한 조합원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어용노조 설립이 무효임을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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