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상위 10% 임금 인상 자제 요청’ 주요 내용
정부가 상위 10% 수준의 임금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이를 통해 청년고용을 늘리고 중소기업의 처우를 개선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 없이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28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3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고 “상위 10% 대기업·정규직의 양보로 청년고용을 늘리고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완화하자”며 “특히 일본 기업과 비교해 국민총소득(GNI) 대비 임금수준이 높다고 평가되는 자동차, 정유, 조선, 금융, 철강 등 5개 업종과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은 동참을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5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기준으로, 300인 이상 기업의 정규직 노동자 중 상위 10% 임금수준은 1억3464만원, 1인 이상 기업(전체 기업) 상위 10% 임금수준은 6804만원이다. 정부는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의 연봉 1억원 이상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임금 인상 자제를 집중지도하고, 6800만원 이상 임직원은 자율적인 자제를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부는 지난해부터 ‘상위 10%의 임금인상 자제’ 원칙을 밝혀왔지만, 임금 액수까지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상위 10%의 임금인상 자제로 절약된 재원으로 청년 채용을 확대하고 하청업체·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게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김성호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과장은 “노사가 임금 인상 자제에 합의하고 그 재원을 청년 채용 확대나 협력업체 지원으로 활용하면 정부가 그 기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원 방안으로 우선 현재 대기업 임직원이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그 재원으로 청년 채용을 늘리면 지원해주는 연간 최대 1080만원(청년 채용 1인당)의 상생고용지원금과 관련해, 대상 임직원 기준을 현행 연봉 9198만원에서 680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상생협력기금을 출연해 하청기업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도우면 기금 출연금의 7%를 세액공제해주고, 대기업이 하청기업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지원하면 그 출연금도 손비로 인정해 세제혜택을 주는 제도는 현행대로 계속 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구조조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조선업·해운업 등과 관련해서도 “고용 사정이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특별 고용지원업종 지정 등을 검토하겠다”며 “다만 개별 기업의 노사는 뼈를 깎는 자구노력은 물론,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공정인사, 고용구조 개선 등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동개혁 현장실천 노력을 반드시 병행해야 할 것”이라며 ‘자구노력’을 전제조건으로 요구했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양아무개(34)씨는 “전셋값은 계속 오르고 생활비 부담은 커지는데 임금을 동결하면 실질적으로는 생활비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한아무개(41)씨는 “임금피크제 시행할 때도 남는 재원으로 청년 고용 확대한다더니 사람을 얼마나 더 뽑았나. 30대 기업 고용은 오히려 줄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지난해 30대 그룹의 고용인원은 4500여명 감소했다.
이승철 민주노총 사무부총장은 “기존 노동자 임금을 떼서 청년 일자리를 만들 것이 아니라 사내유보금이나 고위 임원들의 임금을 제한해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또 “대기업 법인세 인상을 통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정부는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데 연봉 1억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높이는 게 소득 재분배와 사회안전망 구축에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정은주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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