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권고하면 받아들인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확약서 써
4개월간 8490명 하청노동자 줄어
조선해양협, 특별고용지원업종 신청
현대 하청지회 “원청이 고용보장을”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확약서 써
4개월간 8490명 하청노동자 줄어
조선해양협, 특별고용지원업종 신청
현대 하청지회 “원청이 고용보장을”
# 현대중공업 일부 하청업체는 지난 1월부터 매달 ‘해고예고 통지서’를 보내고 있다. ‘경영상 위기로 앞으로 구조조정(정리해고)이 필요해 희망퇴직을 권고하면 이의 없이 받아들인다’는 내용의 퇴직 확약서를 쓰라고 요구한다. 실제 해고를 실행하지 않았지만 하청노동자들은 하나둘 떠나고 있다. 이지운(가명·50)씨는 “퇴직금까지 떼일까봐 다른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자인 정승훈(가명·38)씨는 며칠 전 공장에서 허리를 다쳤지만 산업재해 신청은커녕 휴가도 내지 못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동료들이 잘려나가는 상황에서 아프다고 말하면 눈 밖에 날 것이 뻔해서다. 정씨는 “원청업체가 싫어하는 일을 할까봐 하청 간부들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을 앞둔 조선업 하청노동자들의 요즘 현실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13일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고용노동부에 신청했다. 이 제도는 고용 상황이 급격히 나빠질 우려가 있는 업종을 고용부가 지정해 사전에 집중 지원하는 고용안정 대책이다. 고용부는 이달 중순부터 조사단을 구성해 지정 타당성을 조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하청노동자들은 이미 고용 불안의 태풍 속에 들어가 있다.
이날 서울에 올라와 기자들을 만난 하창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지난해부터 수천명의 하청노동자가 쫓겨나고 임금 체불과 삭감으로 고통받을 때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며 “지금도 실질적인 고용안정 대책 없이 ‘기업 살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는 4월말 기준 3만2569명으로 2014년 12월말보다 8490명이 줄었다. 또 지난해부터 하청업체 34곳이 문을 닫아 3400여명의 임금 197억원이 체불됐다. 살아남은 하청업체도 일당과 시급 10%, 수당 30%를 삭감하고 현장·휴일근로를 없애 하청노동자의 실질임금은 40~50% 줄어든 상태다. 이형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사무장은 “조선업 현장에서 20년 경력을 쌓은 숙련직 노동자들이 월 210만원 정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 울산지청은 지난 3일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과 사내하청업체 등과 함께 ‘원·하청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서’를 체결하고 울산시와 동구청도 조선업 종합지원 대책을 발표했지만 하청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은 빠져 있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원청인 현대중공업에 고용보장, 산업안전 등에 대한 직접 교섭을 요구 중이지만 현대중공업은 직접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하 지회장은 “2010년 대법원은 하청노동자를 실질 지배하는 원청은 노조법상 사용자라는 판결을 내렸다”며 “현대중공업이 계속 거부하면 교섭에 응하라는 가처분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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