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노동자 김아무개(19)씨를 추모하려는 시민들이 지난 2일 구의역을 찾아 고인을 위로하는 글귀를 쓰고 있다. 사고 현장 스크린도어 앞에는 시민들이 가져온 국화와 과자, 음료수, 컵라면 등이 쌓여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해야 할 원청업체의 책임이 강화된다. 최근 잇따른 사고에서 재확인된 ‘위험의 외주화’를 막자는 취지다.
고용노동부는 17일 “최근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자 사망' ‘남양주 지하철 공사 현장 가스폭발' 사고 등을 계기로 도급인(원청업체)의 산재예방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이달 내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을 보면,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 대해 안전 조치를 해야 할 장소가 현행 붕괴, 화재, 폭발,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 등 ‘20곳’에서 ‘근로자가 작업하는 모든 장소'로 확대된다. 또 하청 노동자의 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할 경우 원청도 하청업체와 마찬가지로 ‘징역 5년 이하나 벌금 5000만원 이하(하청 노동자 사망 시 징역 7년 이하 또는 벌금 1억원 이하)에 처해진다. 현재 처벌 규정은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로 돼 있다. 이와 함께 현재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유해, 위험 작업을 맡길 때 받아야 하는 정부 인가의 유효 기간이 없었으나 개정안은 이를 3년으로 한정했다.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하청업체의 안전·보건을 평가해 도급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정부는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19대 국회에 제출했지만 회기 만료로 법안이 자동 폐기돼, 20대 국회에 다시 제출한다. 정부는 또 사업주의 산재 은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이날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에는 고의로 산재를 은폐한 사업주에게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의 형사처벌을 하는 조항이 신설된다. 현재는 과태료만 부과하고 있다. 또 원청이 하청에 제공해야 하는 안전·보건 정보 범위를 ‘화학물질 등 제조 설비의 개조·분해 작업 등’에서 ‘질식·붕괴 위험이 있는 작업’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하나의 공사 현장에 여러 시공사가 함께 작업할 때는 발주자가 ‘안전보건조정자’를 선임해 안전관리 혼선을 막아야 한다.
박화진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최근 잇달아 발생한 중대재해는 ‘위험의 외주화’라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며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에 최종적인 책임을 지도록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의 도급을 금지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보건실장은 “구의역 사고 이후 서울시는 위험한 작업장을 직영화하겠다고 밝혔는데 고용부는 도급을 인정(인가)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