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알바노조 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주장하면 나흘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방준호 기자
“알바들은 1만 시간 단식 중.” 하루 한 끼 단식을 ‘8시간 단식’으로 계산해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며 1만 시간의 단식을 모으는 ‘알바들의 조용한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박정훈 알바노조 위원장이 시작한 ‘최저임금 1만원 쟁취 알바들의 국회 단식투쟁’(알바 단식투쟁)에 함께하자는 의미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1만 시간 단식 동참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19일 낮까지 60여명, 2000여 시간의 단식선언이 이어졌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에스엔에스에 ‘#알바들은 1만시간 단식 중”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는 ‘배고픔’과 최저임금 6030원 짜리 노동의 ‘고단함’을 앞다투어 올리며 단식 동참을 선언하고 있다.
“야간 편의점 알바를 하고 아침에서 점심까지는 자느라 굶고 저녁에 편의점 폐기 음식을 먹으니, 폐기 음식 한 번만 안 먹으면 하루 단식에 동참할 수 있겠다.”(17일 단식 동참한 아르바이트 노동자), “(아토피를 앓는)내가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식사는 대부분 비싸다. 인스턴트 음식을 먹을 수 없어 자주 굶고 그 때문에 병원에 가자니 병원비가 버겁다. 왜 나는 이 모양 이 꼴일까.”(19일 단식 동참한 아르바이트 노동자)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한 알바들의 1만 시간 단식’을 벌이고 있는 알바노조 박정훈 위원장과 우람, 이가현 조합원이 19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얇은 침낭 하나에 의지해 한뎃잠을 자고 있다. 김명진 기자 llittleprince@hani.co.kr
19일, 이들의 사연을 읽으며 국회 앞에서 알바 단식투쟁을 이어가던 박정훈 위원장은 “동조단식과 함께 보내오는 알바들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최저임금 1만원은 돈을 더 달라는 요구를 넘어 노동자의 존엄을 지켜달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그는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현재 최저임금은 평균 이하의 밥을 먹고, 아파도 참고, 집이 없어도 괜찮다는 의미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지난 17일 4차까지 진행된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달 28일께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부터 물과 소금, 효소만 먹는 단식을 시작한 박 위원장과 17일부터 여기 합류한 이가현(23), 우람(22) 알바노조 조합원은 최저임금이 결정될 때까지 국회 앞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단식장소’는 그늘 하나 없는 국회 정문 앞 보도블럭 위다. 이가현 조합원은 “뜨거운 볕을 우산과 밀짚모자로 가리고, 너무 더우면 분무기를 얼굴에 뿌린다”며 “아직은 즐겁게 버티고 있다”고 웃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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