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불황으로 임금 체불에 시달리던 조선소 물량팀이 체당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지난 5월18일 경남 거제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yongil@hani.co.kr
임금체불 사각지대에 놓였던 조선소 물량팀(재하청 일용직)이 체당금을 받을 길이 열렸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조선업 위기로 임금체불을 겪는 물량팀을 폭넓게 보호하기 위해 체당금 지급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체당금이란 사업주가 도산해 노동자에게 임금과 퇴직금을 주지 못하는 경우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돈이다.
1차 하청업체으로부터 재하청을 받아 일하는 조선소 비정규직 노동자인 물량팀은 여러 조선소를 돌아다니며 일감(물량)이 생겼을 때만 1~4개월씩 짧게 일하기 때문에 체당금 지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체당금은 사업주가 6개월 이상 사업을 지속했을 때만 지급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고용부는 “조선소 물량팀은 조선소를 변경할 때마다 다른 근로자를 고용하고, 사업자 등록, 사무소, 자체 설비도 없어 새로운 도급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사업을 신규로 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행정해석한 바 있다.
그러나 고용부는 지난 20일 새로운 행정해석을 지방노동관청에 전달했다. 새 행정해석은 첫째, 상시 노동자가 있는 경우 그 노동자의 근로기간을 사업 지속 기간으로 간주한다. 둘째, 사업중단기간이 1년을 넘지 않으면 중단 전후 사업기간을 모두 합산한다. 셋째, 사업자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실제 사업을 했는지 확인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업자로 등록하지 않는 한 물량팀이 ㄱ 조선소에서 4개월간 도색 작업을 끝낸 후 2개월간 쉬고 다시 ㄴ 조선소에서 4개월간 일하다가 임금을 체불하면, 물량팀 사업기간을 8개월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새로운 행정해석은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과 상관없이 20일부터 적용된다”며 “앞으로 물량팀은 사업자 요건(6개월 이상 가동)을 대부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다봤다.
조선업 불황으로 거제 통영 고성에서 지난 5개월간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신고한 노동자는 모두 3268명이며, 체불임금액은 153억17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노동자 수는 59.9%, 체불임금액은 83.5% 증가한 수치다. 체당금 지급액도 지난해(33억원)보다 2배나 늘어난 67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새 행정해석은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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