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조선업에 대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의결한 제45차 고용정책심의회가 열리는 서울 프레스센터 18층 회의실 앞에서 조선업 노동자들이 ’노동자 일방 희생 구조조정 중단’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정부가 1일부터 1년간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고용유지, 재취업훈련 등에 75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파업결의를 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빅3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45차 고용정책심의회를 주재한 뒤 “조선업은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주력산업이지만 수주급감, 해양플랜트 분야의 대규모 손실, 중국의 추격 등으로 경영상황이 어려워져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고용조정이 시작됐다. 특히 구조조정과 맞물려 하반기부터 대량 고용조정이 예상된다”며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공식 발표했다. 지정기간은 7월 1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1년이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특정업종을 고용지원대상으로 지정하는 제도를 새로 도입한 이후 첫 사례다. 이 장관은 “추경 재정을 보강해 고용유지와 재취업에 올해 4900억원, 내년 상반기에 2600억원을 투입해 1년간 7500억원 정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장관은 “이번 1차 지정에 대형 3사는 제외한다”며 “대형사는 상대적으로 수주물량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서 일정기간 고용유지 여력이 있고, 중소 조선사에 비해 경영상황도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며, 인력조정방안이 아직 노사간에 구체화되지 않아 고용조정이 눈앞에 임박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빅3와 협력업체간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 격차가 커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단축 등 노사의 자구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또 “근로자가 내는 기금(고용보험)으로 조선업을 지원하려면 국민을 설득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노동계가 파업하면 그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쟁은 일자리를 지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파업을 결의한 빅3 노조가 이를 집행할 경우 고용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내 9개 조선사 노조와 금속노조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은 “경영 상태에도 큰 문제가 없고 수주 잔량이 2017년도까지 남아 있기에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을 자르는 구조조정이 올바르지 않다고 노조가 이야기할 때는 무시했던 정부가 이제와서 수주 물량이 남아 있어 빅3를 특별고용지원업종에서 제외시킨다니 이는 양두구육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6월 9일 오전 국회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민주노총, 한국노총, 조선노연, 야3당 원내대표실이 함께 마련한 `위기의 조선산업, 벼랑 끝 조선노동자, 올바른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참석한 조선 노동자들이 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정부는 중소 조선업체(6500개)와 사내 협력업체(1천개), 조선업 전업률 50% 이상인 기자재업체(400여개) 등 7800여 개 업체와 노동자 13만8천명을 1차 지원대상으로 정해 고용유지 지원과 실직시 생활안정과 재취업 지원 등을 강화한다. 우선 고용유지지원금이 휴업수당의 2/3에서 3/4로 늘어난다. 지원한도액도 1일 1인당 4만3000원에서 6만원으로 인상된다. 고용유지지원금이란 기업이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를 해고하는 대신 휴직시켰을 때 정부가 휴업수당(평균임금의 70% 이상)을 일부 지원하는 제도다. 또 기업의 4대 사회보험료와 장애인 의무고용부담금, 국세와 지방세 납부기한을 연장하거나 체납처분을 유예한다.
중소기업은 직업훈련비 지원도 더 많이 받는다. 현행은 납부한 고용보험료(직업능력개발사업부담금)의 240%인데, 조선업은 300%로 상향 조정한다. 유급휴가훈련을 실시하면 훈련비 단가를 전액 지원한다. 이 장관은 “용접 등 조선업에서 주로 실시하는 훈련은 비용이 높아서 추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선업 퇴직자에게는 소득과 관계없이 상담→훈련→재취업알선으로 이어지는 패키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신고리 원전 5·6호기와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사업에 조선업 실직자를 우선 배정하는 방식으로 맞춤형 알선을 할 방침이다. 다만 6개월 연장 지급받을 수 있는 지원책(특별연장급여)은 9월 이후 검토하기로 했다. 조선업 실업난이 좀 더 심해지면 지정하겠다는 뜻이다.
물량팀(재하청 비정규직)에 대한 지원은 추가했다. 우선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수급 요건을 충족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피보험자격 특별 신고기간을 운영한다. 또 체당금 지급요건도 물량팀에게는 완화해 적용하기로 했다. 체당금은 사업주가 도산해 노동자가 임금·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 정부가 대신 임금을 지급하고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다.
조선업계는 2017년 말까지 5만6천~6만3천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고용보험 DB를 분석해보면, 올해만 조선업 노동자가 1만명 감소했고 신규 실업급여(구직급여) 신청자 수도 677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늘었다. 조선업이 밀집한 경남지역의 5월 실업률은 3.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포인트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