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2016 세계노동절대회'에 홈플러스 조합원들이 카트를 끌고 행진을 하고 있다. 노동절을 맞아 전국 16개 광역시도에서 5만여명의 조합원이 참가했다. 민주노총은 노동개악폐기, 최저임금 1만원, 주35시간 노동제 등을 요구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세 아이의 아빠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만날 남이 입던 헌 옷만 입히는 게 가슴이 아팠다. 최저임금 1만원이면 사랑하는 내 아들들에게 예쁜 새옷 한벌씩 사 입힐 수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4월18일~6월30일에 온라인으로 공모한 ‘최저임금 1만원을 꿈꾸는 행복한 만원 백일장' 응모작 111편을 7일 공개했다. 권순화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 전략사업국장은 “‘최저임금 1만원’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 백일장을 처음 기획했다”고 말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꿈은 소박했다. “냉동김밥을 먹을지 컵라면을 먹을지 고민하느라 시간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이틀에 한 두번 먹는 밥을 매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일식 카레집에서 돈가스, 고로케 등 튀김 토핑을 추가해 먹어보고 싶다” “가끔 친구랑 영화도 보고, 딸이 입던 늘어난 티셔츠를 벗고 내 몸에 맞는 예쁜 블라우스를 입고 싶다.” “책을 사서 마음껏 밑줄 치면서 읽고 싶다. 도서관 책은 메모를 못해서….” “싸구려 아이 옷이 세탁기에 헤질까 밤늦도록 손빨래 하는 것, 그만하고 싶어.”
평소에 소홀했던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건강을 챙기고 싶다는 사연도 있었다. “아내가 산모도우미를 하며 받는 돈은 월 100만원 남짓. 집에 오면 그야말로 초죽음인데 돈이 아까워 파스 하나 못 사붙인다. 아내가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그래도 파스 사붙이며 멘소래담이라도 발라가며 일할 수 있지 않을까. ” “참 부끄럽지만, 할머니가 편찮으실 때마다 할머니 걱정에 앞서 병원비 걱정을 해 왔던 못난 손녀였다. 주머니 사정이 좀 나아진다면, 마음 편히 할머니 몸 걱정만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아픈데 돈 없다고 참지 않고 병원에 갈거다. 돈이 없어서 축농증 치료를 미루다 후각을 잃을 뻔까지 했다. 한 시간에 (최저임금) 만원이면 어디다 손 벌리지 않고 치료할 수 있겠지.”
권 국장은 “(백일장 응모작에서) 현재 최저임금으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다는 걸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6030원(월 126만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가 오는 11~12일 11차, 12차 전원회의를 열어 결정할 계획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을, 경영계는 동결(6030원)을 주장하고 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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