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3~6838원 심의구간으로 제시
임금인상률, 소득분배, 협상조정만 고려
중간값으로 결정되면 8.6% 인상 그쳐
“실질적 결정권 공익위원 견제해야”
임금인상률, 소득분배, 협상조정만 고려
중간값으로 결정되면 8.6% 인상 그쳐
“실질적 결정권 공익위원 견제해야”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12일 밤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심의구간으로 6253원(인상률 3.7%)~6838원(13.4%)을 제시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두자릿수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 관행대로라면 이 중간값(6545원, 인상률 8.6%) 근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노동자 생계비가 빠져있어 노동계가 강력반발하는 가운데,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공익위원의 구성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협상은 노사 양쪽이 최초요구안에 이어 수정안을 내놓으면, 공익 위원이 양쪽을 절충해 ‘심의 구간’을 제시하고 이를 표결하는 방식(과반수 투표에 과반수 찬성)이던 예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각각 ‘1만원으로 인상’ ‘동결’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한 뒤 수정안을 내놓지 않고 버텼던 것이다.
노동계는 “지금껏 공익위원 안은 중간 지점에 숫자를 끼워맞추는 식이었다”며 “공익위원의 최저임금 결정기준과 심의구간을 먼저 밝히라”고 주장했다. 경영계 역시 수정안을 내지 않았다. 결국 노사 양쪽의 요청에, 1988년 최저임금법 도입 이래 처음으로 공익위원은 먼저 심의구간과 결정기준을 밝혔다.
공익위원은 결정기준에 대해 “하한선(3.7%)은 상용 노동자 100인 이상 사업장의 6월 말 현재 협약임금인상률(4.1%)과 한국노동연구원의 임금인상률 전망치(3.3%)를 평균한 값이며 상한선(13.4%)은 하한선에다 지난 3년간의 소득분배조정분의 평균치(2.4%)와 협상조성분(7.3%)을 더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노동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계는 가구생계비를, 사용자는 노동생산성을 주요한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노동계는 공익위원 결정기준에 대해 “최저임금법이 규정한 4가지 결정기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특히 최저임금 노동자의 가구 생계비를 철저히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2014년 기준 1인 노동자 월평균 생계비는 155만3390원이다. 반면 경영계는 “세계경제 침체, 브렉시트 등으로 나날이 악화되는 경제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인상안”이라고 맞섰다.
최저임금위원회는 형식적으로는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등 3자(각 9명씩 27명)로 구성되지만, 실질적으로 최종 결정은 공익위원이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사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하면 결국 공익위원안을 표결에 붙여 결정했기 때문이다. 2007~2016년 최저임금 심의 현황을 보면, 10번 중 7번이 공익위원안으로 결정됐다.
문제는 이렇게 영향력이 큰 공익위원 9명이 모두 정부가 추천하는 인사라는 것이다. 노상헌 서울시립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현행법상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위촉해, 실질적으로 행정부가 선정한 위원에 의해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공익위원을 앞세워 책임은 지지 않고 결정권만 휘두른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공익위원 구성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는 “국제기준에 맞춰 공익위원 선정 방식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보면, 공익 위원과 같은 ‘국가의 일반적 이익을 대표하는 자를 선정, 임명할 때는 사용자 단체, 노동자 단체와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오는 15, 16일 열리는 13, 14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 심의 구간 내에서 표결로 결정될 예정이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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