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조 대표자들과 은수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유성기업 노조파괴 증거 추가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현대차가 유성기업 노무관리에 개입하고 유성기업이 '어용노조'에 향응을 제공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인 유성기업이 노조 지도부를 다시 해고한 것은 재량권을 이탈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합의2부(재판장 이동근)는 21일 이정훈 전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장 등 11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단체협약이 ‘쟁의기간 중에는 징계나 전출 등의 인사 조치를 아니 한다’고 정한 것은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라며 “쟁의가 정당하게 시작됐다면 그 과정에서 징계사유가 발생했더라도 조합원을 인사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회사 쪽 징계위원만으로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고를 의결한 것은 징계 절차상 중대한 하자”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1차 해고 처분과 동일한 이유로 동일한 처분을 내린 것은 지나치게 가혹해 징계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유성기업은 2011년 과반수 노동자가 가입해 있던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가 ‘주간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 도입’을 요구하며 파업하자, ‘노조 파괴’로 유명한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직장폐쇄를 하고 조합원 27명을 징계해고했다. 해고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내고 2012년 11월 1심에서 승소했다. ‘쟁의기간 중에는 징계나 전출 등의 인사 조치를 아니한다'는 단체협약을 위반해 절차상 잘못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회사는 항소심 진행 중이던 2013년6월 해고처분을 취소하고 27명을 전원 복직했다. 하지만 2013년 10월 이 전 지회장 등 11명을 다시 작업거부, 태업, 집단조퇴 등의 이유를 들어 징계해고했다. 당시 노조는 2012년3월부터 파업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해고자들은 다시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은 “쟁의기간에는 징계할 수 없지만 유성기업은 1년 이상 쟁의행위가 진행돼 정당한 쟁의행위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전 지회장 등을 변론해온 김상은 변호사는 “해고자 11명뿐만 아니라 유성기업이 비슷한 때 노조원 100여명에 자행한 부당한 징계처분에 대하여도 이번 판결의 취지를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며 “유성기업이 징계를 노조 조직력을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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