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충남 아산시 갑을오토텍에서 이 회사 한 노조원이 머리끈을 묶고 있다. 연합뉴스
갑을오토텍, 식당·경비 모두 정규직
노조 교섭력 바탕으로 외주화 막아내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에 ‘노조 파괴’ 집중
“노조 지키는게 좋은 일자리 지키는 것”
노조 교섭력 바탕으로 외주화 막아내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에 ‘노조 파괴’ 집중
“노조 지키는게 좋은 일자리 지키는 것”
지난 4일 오후 갑을오토텍 공장 한켠에서는 ‘민주노조 사수’라는 남색조끼를 입은 7명의 식당 노동자들이 폭염 속에서 쌀을 씻고 콩나물을 다듬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정규직이고 노조원들이다. 이들은 7일 현재 7일째 경비용역과 노동조합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공장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노조원 400여명의 삼시세끼를 책임지고 있다. 입사 2년차 50대 식당노동자 ㄱ씨는 “갑을오토텍이 복지가 좋다는 소문을 듣고 입사했는데, 정말 산업재해 처리나 수당 지급 등이 모두 법에 따라 이뤄지는 것을 보고 노조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며 “회사가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노무법인에 몇십억을 썼다고 하는데 그돈으로 설비나 기술투자를 하는게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갑을오토텍은 생산직은 물론이고 비생산직 가운데도 청소용역을 제외하고는 비정규직·간접고용이 없는 이른바 ‘좋은 일자리’ 사업장이다. 올해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공시를 보면, 갑을오토텍에서 일하는 노동자 668명 가운데 648명이 정규직이고 20명은 간접고용 노동자로, 간접고용과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합친 비율이 3%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의 직접고용 비정규직과 간접고용을 합친 비율은 38.7%에 달한다.
2000년대 이후 많은 기업들이 비정규직 비율을 늘려왔지만 이 회사가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노조의 강한 교섭력 때문이었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는 “경비업무를 외주화할 때는 노사간 합의 의결을 통해 결정한다”는 단체협약을 회사와 2008년에 체결했는데, 회사가 지난 1월 경비업무 외주화를 시행하자 이에 대한 철회를 교섭과정에서 노조의 요구에 포함시켰다. 노조는 또 2011년엔 “정년퇴직으로 자연감소한 인원에 대해선 정규직으로 신규채용 한다”는 노사 합의를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 쪽은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회사가 지난 2014년 노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작성한 ‘Q-P 전략 시나리오’를 보면 ‘조합원 의식화 방안’ 부분에서 “경영위기 상황임을 (조합원이) 직접 인식하게 해 위기감 조성, 조합의 이익과 조합원의 이익을 분리해 조합·조합원간의 분리”라고 적혀 있다. 또 경비 업무 외주화를 “노조에서 비정규직 전환의 시발점으로 인식…파업 유발의 수단”이라는 내용도 있다. 회사는 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특전사·경찰 출신 직원들을 채용해 제2노조를 만든 뒤 제1 노조인 금속노조와 폭력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갑을오토텍 뿐 아니라 다른 ‘비정규직 없는 공장’에서도 ‘노조 파괴’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경향이 나타난다. 7일 <한겨레>가 금속노조가 2010년 발표한 ‘소속 1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비정규직 없는 공장’ 36곳(회사로는 32곳)의 6년 동안의 경과를 분석해보니, 총 30곳(회사가 없어지거나 합병된 2곳 제외) 가운데, 최소 9곳에서 회사의 ‘어용노조’ 설립이나 가입노조에 따른 차별, 노조 파괴 목적의 ‘공격적 직장폐쇄’ 등의 위법행위를 저질러 법원에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7곳이 창조컨설팅과 같은 노무법인에서 ‘노조파괴’ 자문을 받았고, 충남 아산·영동의 유성기업과 안산의 에스제이엠(SJM), 갑을오토텍 등은 부당노동행위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수반됐다. 창조컨설팅의 자문에 따라, 회사의 공격적 직장폐쇄·조합원 선별복귀 등 ‘노조파괴’가 이어지면서 상신브레이크와 발레오만도(현 발레오전장)는 조직형태를 변경해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10일째 공장 정문 현장에 나와있는 ‘아산시 산업현장 평화지킴이 의원단’의 안장헌 아산시의원은 “일부에선 의원이 노조의 편을 들기 위해 나와있는 것 아니냐는 항의를 하기도 하지만, 노조 탄압을 막는 싸움이 ‘좋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고 생각해 나와있는 것”이라며 “내 지역구에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사가 평화적으로 문제가 해결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정미 금속노조 정책실장은 “2010년 이명박 정부가 현대차 부품사의 노사관계를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부터 노동조합 파괴와 ‘좋은 일자리’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며 “노조를 죄악시하는 사회적 인식이 있지만, 많은 노동자들이 바라는 ‘고용안정’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노동조합”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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