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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 “공익위원 독립성 확보”-사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등록 2016-08-21 22:43

이주노동자 결의대회 21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고용허가제 폐지와 노동3권 쟁취’를 위한 수도권 이주노동자 결의대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한 이주노동자 부자가 장난을 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주노동자 결의대회 21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고용허가제 폐지와 노동3권 쟁취’를 위한 수도권 이주노동자 결의대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한 이주노동자 부자가 장난을 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슈 포커스

정부·국회, 법 개정안 15건 내놔
노동계, 위원회 논의방식 유지하되
정부가 임명해 공정성 의심받던
공익위원 선정방식 개선 요구
국회 추천이나 노사대표 추천 제안

경영계는 위원회 방식 없애고
정부가 직접 일괄결정하는 안 주장
고용노동부가 지난 5일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6470원(7.3% 인상)으로 확정고시하면서 내년 최저임금 액수에 대한 논의는 끝났지만,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은 최저임금 ‘찔금인상’에 항의해 지난달 19일 총사퇴를 발표하며 “현재의 최저임금위는 노동자의 현실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어려운 한계를 지녔다. 야당 국회의원, 시민사회와 함께 제도 개선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최근 잇달아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내놓으며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 6월 20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모두 15건이다. 최저임금 위반시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정부안을 제외하곤, 모두 최저임금 결정기준이나 결정방식을 바꾸자는 내용이다. 지난 17일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2017 최저임금 평가 및 결정방식 결정기준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 각국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최저임금 제도가 있는 여러 나라의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보면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정부 산하에 위원회를 구성해 정하거나(한국, 일본), 국회에서 결정하거나(미국),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상의 임금 최저액을 확장 적용하거나(이탈리아),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중재기구에서 결정(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한다.

우리나라는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에서 결정하는 ‘위원회 방식’이다. 고용부장관이 3월에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면, 최저임금위는 6월29일까지 정부에 제출할 최저임금안을 의결해야 한다. 최저임금위는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등 3자(각 9명씩 27명)로 구성되는데 과반수가 출석해 과반수가 찬성해야 안이 통과된다. 고용부장관은 최저임금위의 안을 그대로 받아들여 고시한다. 류경희 최저임금위 상임위원(공익위원)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다만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효과성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항상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평행선을 달려, 실질적으론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난 11년간 공익위원이 7차례나 최종안을 제시했다. 그 최종안에 반대하는 노동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들은 찬반 표결을 앞두고 퇴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도 노동자위원들은 표결 직전 집단 퇴장했다.

“공익위원 독립성 확보” vs “정부가 정해라” 현행 우리나라의 위원회 방식에서 가장 큰 문제는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 9명을 모두 고용부가 뽑아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이다. 공익위원을 선정할 때 노사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는 없다. 올해는 최저임금위원장인 박준성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를 포함해 경영학과 교수 4명,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4명, 공무원 1명이 공익위원으로 활동했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은 “전체적으로 사용자 쪽과 가까운 인물들”이라며 “최저임금위원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상헌 서울시립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사실상 결정하는데, 이들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위원회 방식을 아예 폐기하고 다른 방식으로 전환하든가, 위원회 방식을 유지하면서 공익위원의 중립성을 강화하든가 해야 한다. 노동계와 많은 전문가들은 현행 위원회 방식을 유지하되, 공익위원 선출 방식을 바꾸자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대안은 세가지 정도다. 국회가 공익위원 9명을 모두 선출해 위촉하거나, 국회와 대통령,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선출 또는 지명하거나(현행 국가인권위원회 방식), 노사 대표가 공익위원 후보자 명단을 제출하고 양쪽이 상호 후보자 중에서 배제한 위원을 빼고 남는 위원을 선임하는 방안(현행 노동위원회 방식)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공익위원은 막강한 권한에 비해 책임을 지지 않는데 국회가 추천하면 대표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상헌 교수는 “노사와 사회단체, 학계 등에서 추천한 공익위원 후보를 국회에서 논의해 선출하면 큰 이견 없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고 국제기준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는 “공익위원과 같은 국가의 일반적 이익을 대표하는 자를 선정, 임명할 때는 사용자 단체, 노동자 단체와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노동계도 “위원회 방식을 유지하되 노사 의견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공익위원 선출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큰 틀에서 찬성했다.

반면 경영계는 위원회 방식을 없애고, 정부가 최저임금을 일괄 결정하도록 하자고 나섰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사용자위원)은 “공익위원 추천 또는 임명권을 노사나 국회에 부여하는 것은 매년 최저임금 심의·의결 과정에서 반복되는 갈등과 논란을 완화시킬 수 없다”며 “노사가 의견을 진술하고 정부가 직접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는 정부나 정치권에 휘둘려선 안 된다. 제3의 독립기구로 재정립해 노사정이 추천하는 전문가 중심으로 결정하는 구조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소수의견(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나온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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