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1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고등학교에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마친 취업준비생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기업 10곳 중 8곳은 신입사용 채용 때 가족관계를 묻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일수록 학력, 어학 점수, 학점 등 '스펙'을 요구하는 비중이 높았다.
고용노동부와 대한상의는 지난 6월14일~7월6일 518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기업 채용 관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응답기업의 78.8%는 입사지원서에서 ‘가족관계'를 요구했다. ‘생년월일’(95%)과 ‘병역사항’(86.7%)도 많이 물었고 ‘키·몸무게’(13.7%), ‘혈액형’(10.3%), ‘본적’(9.1%) 등 직무와 무관한 다양한 인적사항을 입사지원서에 적도록 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기업들은 채용할 때 나이나 가족관계 등을 요구하면 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학력과 어학 점수, 학점 등 스펙을 요구하는 기업도 대다수였다. 입사지원서에서 ‘학력'을 묻는 기업은 94%, ‘학점'을 요구하는 기업은 60.2%에 달했다. ‘어학 점수’(49.4%)나 ‘어학연수’(37.5%), ‘사회봉사’(23.4%)도 여전히 많이 물었다. 특히, 직원 1000인 이상 대기업은 77.1%가 어학 점수를 요구해 300인 미만 중소기업(43.4%)보다 그 비중이 훨씬 높았다. 학점도 대기업(85.4%)이 중소기업(53.9%)보다 더 많이 요구했다.
이번 조사에서 ‘인턴 경력’(60.6%)이나 ‘공모전 입상’(31.5%) 등 직무 관련 항목을 요구하는 기업이 지난해(인턴 38.3%, 공모전 21.6%)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활용하고 있거나 활용할 예정인 기업(26%)도 지난해(4.6%)보다 크게 증가했다. 엔에스씨는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지식·기술·소양 등을 부문 및 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이다.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목(중복응답)으로 응답기업은 ‘자격’(54.9%)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학력’(34.8%)과 ‘인턴 경력’(28.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건설업(65.2%), 제조업(63.7%), 숙박·음식업(69.7%) 등에서 자격을 중요하게 여겼다.
한편, 올해 대졸 구직자의 채용문은 더 좁아질 전망이다. 신입사원을 주로 뽑는 공개채용의 경우 지난해(20.7%)보다 올해(13.3%) 그 비중이 크게 줄었다. 반면 경력사원 위주의 수시채용하는 기업은 48.8%로 지난해(51.6%)와 비슷했고, 37.6%는 공개채용과 수시채용을 병행하겠다고 답했다.
대한상의 박종갑 공공사업본부장은 “직무능력중심의 채용을 도입하고자 하는 중견·중소기업은 정부와 대한상의가 공동 지원하는 컨설팅과 교육을 활용하면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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