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제닝스 국제사무노련 사무총장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10분간 면담
“2001년 이용득 위원장땐 1시간 했는데”
필립 제닝스 국제사무노동조합연합 사무총장.
6일 오후 3시50분께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 서울구치소. 비행기를 타고 20시간을 날아온 필립 제닝스(63) 국제사무노동조합연합(UNI) 사무총장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처음 마주했다. 제닝스 사무총장은 창살이 가로막은 창문에 손바닥을 대며 한 위원장을 “동지”(brother)라고 불렀다. “한 동지는 한국 민주노총 위원장일 뿐 아니라 투쟁하는 세계 모든 노동자들의 위원장이다. 국제 노동운동은 한 동지가 석방될 때까지 잠자코 있지 않을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TUAC)도 국제사무노련과 함께 한 위원장 석방 운동을 펼치기로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국제사무노련은 150개국 900여개 노조의 2000만명가량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는 최대 규모의 국제 산별노조 연합이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내가 구치소에 얼마큼 더 있을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대신 공공·금융 부문 노조의 파업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호소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 정책과 재벌의 탐욕에 맞서는 중요한 투쟁이다. 국제적인 연대가 절실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한국노총 금융노조는 정부의 ‘성과연봉제’ 폐기를 요구하며 오는 2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10분 만에 끝났지만 제닝스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의 탄압에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한 위원장에게 크게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에서 열리는 국제통합제조산별노련 세계 총회에서 한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2000년부터 국제사무노련 사무총장직을 맡아온 제닝스는 <한겨레>와의 이날 인터뷰에서 “한 위원장을 면회하며 한국이 과거로 회귀했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을 반대하는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이용득 당시 금융노조 위원장을 면회 갔을 때와 비교했다. 당시에는 법무부가 특별면회를 허락해 1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이번엔 경찰이 감시하는 가운데 낡은 스피커로 겨우 10분 가능했다. 그는 “집회를 주도했다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중형(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해 세계 노동계가 이미 놀랐는데, 평가 기준이나 노동자의 동의 없이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한국 정부의 모습을 보니 독재정권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이 오이시디에 가입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민주주의와 노동기본권은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사진 UNI 한국협의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