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4일 한 노인이 서울 마포구청 로비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사업 모집 행사에서 취업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 노인의 소득 불평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노인 노동자 10명 중 4명이 최저임금을 밑도는 임금을 받는 등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탓이다. 괜찮은 일자리, 소득보전 등 노인 빈곤율을 낮추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고령층 고용구조 변화와 소득 불평등' 보고서를 보면, 65살 이상 노인의 지니계수(2013년 처분가능소득 기준)는 한국의 경우 0.422로, 칠레(0.428)와 더불어 최상위 국가군에 속한다. 지니계수는 소득 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0에 가까우면 소득 분배가 균등하게, 1에 가까우면 불균등하게 이뤄진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 노동연령계층(18∼65세)의 지니계수는 0.28로 미국(0.392), 영국(0.353), 독일(0.299), 프랑스(0.294) 등 다른 OECD 회원국보다 낮았다.
우리나라 노인의 소득 불평등이 심각한 이유는 연금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못한 탓에 일하는 노인이 많지만 그 중 상당수는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60살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은 38.9%로 나타났다. 특히 60~64살은 59.4%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6%포인트나 상승했다. 특히 경제활동 의지가 강한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경제활동참가율이나 고용률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문제는 2명 중 1명이 저임금(시간당 임금이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에 시달린다는 사실이다. 고령층 노동자의 56.5%는 저임금 노동자이며, 특히 37.1%는 최저임금을 밑도는 임금을 받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저임금 비중(21.4%)이나 최저임금 이하 비중(11.6%)을 2~3배 웃도는 수치다. 특히 고령층 여성 노동자 10명 중 7명(71.6%)이 저임금을 받고, 절반(46.6%)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 경비, 청소, 가사서비스 등 고령층 노동자가 주로 일하는 업종은 불안한 임시·일용직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고령층은 취업하더라도 일자리의 질이 낮아 빈곤층에 머물게 된다. 우리나라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미만)은 47.6%로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 특히 35%는 취업한 상태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노후 생계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부족했던 고령층 대부분은 자발적이든 아니면 생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든 질이 낮은 일자리라도 얻어 노동시장에 머무르고자 한다”며 “고령층에 괜찮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소득보전정책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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