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까지 체불노동자 중 37%
음식·숙박업 임시직에서 많이 일해
임금 체불 늘어나지만 솜방망이 처벌
음식·숙박업 임시직에서 많이 일해
임금 체불 늘어나지만 솜방망이 처벌
2014년 11월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이수현(21·가명)씨는 첫 아르바이트를 프란차이즈에서 시작했다. 최저임금을 받았지만 두 달 간 열심히 일했다. 문제는 “다음주까지 일하고 그만두겠다”고 사장에게 알렸을 때 발생했다. 사장은 “오늘 당장 그만두라”고 화를 내며 임금 16만원 가운데 6만원만 건넸다. “네가 먼저 그만뒀으니 임금을 다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의 엄마까지 나서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이씨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고 2개월 뒤에야 밀린 임금을 받았다. 이씨는 “경험이 없어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그래서 임금을 주지 않아도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고 사장이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고용부에 진정한 노동자 3명 중 1명은 청년(15~34살)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노동자가 받지 못한 임금은 1800억원에 이르렀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고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1~8월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고용부에 진정을 낸 청년 노동자는 6만2354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체불 노동자(21만4052명) 3명 중 1명(36.9%)이 청년인 것이다. 청년 노동자 체불액은 1794억6500만원으로, 1인당 287만원 꼴이었다.
임금을 받지 못하는 청년 노동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3년 7만6269명, 2014년 8만5702명, 지난해 8만6957명으로 증가하다가 올해는 8월에 이미 6만명을 넘어섰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은 “청년들이 아르바이트와 같은 불안정한 노동에 많이 종사하는 데다, 나이가 어리고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악용해 사용자가 청년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이 펴낸 ‘2016년 상반기 노동시장 평가와 하반기 고용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 상반기(1~6월)에 청년층(20~29살) 취업이 두드러진 산업은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이었다. 이 분야는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다 임금 수준도 다른 업종에 비해 낮고 임금 체불도 잦다.
고용부가 지난 4월부터 두 달 간 청년이 많이 일하는 카페, 주점 등 4589곳을 대상으로 기초고용질서 일제점검을 실시해보니, 임금이 제때 지급하지 않은 사업장이 1226곳(노동자 2976명)으로 26.7%에 달했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거나(2217곳)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은 곳(300곳)도 다수였다. 그러나 고용부는 법 위반 사업장 중 3곳만 사법처리하고 270곳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나머지는 시정조치로 끝냈다. 최재혁 참여연대 간사는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바로 강력한 처벌을 가하는 등 예방적 규제가 필요하다. 또 임금 체불이 해마다 늘어나는데 그 발생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