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역에 지하철 정상운행 관련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서울 지하철은 이날부터 정상 운행되지만, 코레일이 운영하는 1·3·4호선과 분당·경의중앙·경춘선 등에서는 파업이 계속돼 당분간 불편이 이어질 전망이다. 2016.9.30 연합뉴스
정부 코레일 강경대응 왜?
정부,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성공 뒤
여세 몰아 성광연봉제 밀어붙이기
코레일, 파업 참가자에 협박 문자
철도노조, 파업으로 일방통행 제동
제도 도입땐 대기업 파급 우려
정부,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성공 뒤
여세 몰아 성광연봉제 밀어붙이기
코레일, 파업 참가자에 협박 문자
철도노조, 파업으로 일방통행 제동
제도 도입땐 대기업 파급 우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이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사회적 대화 참여를 거부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철도노조 파업이 단순히 코레일만의 노사관계를 뛰어넘어 정부와 노동계의 대리전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철도노조는 공공부문 노조 가운데 투쟁력이 가장 강한 노조로 그동안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왔다. 정부는 철도노조에 밀릴 경우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전면 확대, 저성과자 퇴출 등 정부 정책 방향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노조에 구걸할 필요 없다” <한겨레>가 입수한 코레일의 ‘파업대책회의 경영진 발언 요약'을 보면, 홍 사장은 지난 2일 “이번 파업은 정치일정에 맞춰진 정치파업”이라고 규정한 뒤 “(철도노동)조합에서는 10월4일 정치권에 기대를 하는 것 같은데 그런 일(사회적 기구를 통한 해법)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사회적 통합기구에 코레일은 절대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양대 노총의 요구를 받아들여 제안한 ‘사회적 대화 기구’를 통한 노사갈등 해결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서울지하철 등 서울시 투자기관 노사가 성과연봉제 관련 교섭을 전격 타결했을 때도 홍 사장은 간부 영상회의를 열어 “간부로서 구걸할 필요가 없다”며 노조와 대화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27일 철도노조와 함께 파업을 시작했던 서울지하철노조는 서울시와의 합의로 이날 파업을 철회했다. 홍 사장은 “(파업이) 1~2달이 걸리더라도 3년에 한 번씩 산보 가듯 하는 파업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1000명에서 최대 3000명까지 기간제, 일용직 (대체인력) 채용을 준비하는 등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대체인력은 신규 직원 채용 시 가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레일은 지난달 30일부터 파업 장기화에 대한 비상대응책으로 직원 1000명을 공개 모집해 299명을 채용했다. 또한 파업을 주도한 노조 간부 145명을 직위해제하고 노조 집행부 9명을 업무방해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파업에 참여한 직원들에게도 ‘경고'의 메시지를 잇달아 보냈다. 지난달 30일엔 철도노조 일부 간부들에게 “직위해제를 당하면 직장을 떠날 수도 있다는 선례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고 지난 2일엔 파업 참가자의 집으로 내용증명을 발송해 경고했다. 홍 사장의 이름으로 보낸 이 내용증명은 “불법파업은 그 과정보다 파업이 끝난 후 큰 어려움이 시작됩니다. 그 크기만 다를 뿐 참가자 전원에 대해 불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적혀있다. 3일 현재 철도노조 노조원 7471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 청와대의 뜻이 반영됐나 노조 쪽에서는 “회사 쪽에서 ‘청와대 등 외부에서 지켜보는 눈이 많아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며 코레일이 이런 대응 뒤에 청와대와 정부가 있다고 의심한다.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저성과자 퇴출 제도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개혁의 ‘3종 세트’다. 경영평가, 임금 차등지급 등의 수단을 통해 지난해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에 성공한 정부는 올해 들어 성과연봉제를 비슷한 방식으로 강행하고 있다. 올 1월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 방침을 발표한 지 5개월 만인 지난 6월 전체 120개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완료했다. 공공부문에서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 제도가 전면 도입되면 민간 대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성과연봉제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노동계 연쇄파업이다. 고용노동부는 철도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달 26일 갑자기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성과연봉제 관련 갈등은 노사 간 ‘이익분쟁’이 아닌 사법부의 판단이 필요한 ‘권리분쟁’이므로 소송을 통해 풀 문제라는 것이 고용부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고용부의 ‘불법 파업’ 입장은 지난달 20일 이기권 고용부 장관의 브리핑 때도 언급되지 않았던 '새로운 이론'이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앙노동위원회 쪽은 “(철도노조 파업도) 정당한 조정 대상이었고 마찬가지로 조정을 완료했다”고 말해 ‘합법 파업'에 무게를 실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정부와 국회에 사회적 대화 기구 등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와 코레일이 거부해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은주 김소연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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