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의 첫 파업날인 지난달 27일에 작성된 ‘철도파업 관련대책 관계기관 회의 결과 보고’ 내부 문건. 철도노조 제공
법무부가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국무총리실이 이를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국토해양부에 강력 대응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5일 공개한 ‘철도파업 관련대책 관계기관 회의 결과 보고’를 보면, 법무부는 지난달 27일 국무조정실이 주재한 ‘철도파업 관련대책 관계기관 회의'에 참석해 “이번 (철도노조) 파업 목적이 근로조건과 관련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어 목적의 불법성 여부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적혀있다. 고용노동부도 “(코레일 질의회신에) 파업의 목적상 정당성이 없어 불법파업임을 명확히 하였”다고 밝히면서도 “(노사) 보충교섭, 중노위(중앙노동위원회) 조정결과 등 법리상 문제가 일부 있어 고용부가 전면에서 강력 대응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무조정실은 “물류대란 등 국내 경제상황과 국민들의 공기업에 대한 인식(‘신의 직장’)을 감안할 때 불법 파업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특히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근간에 관한 문제임을 인식하면서 국토부가 강력히 대응해 줄 것을 주문”했다고 적혀 있다. 또 “파업 장기화 전망시 관계부처 장관 합동 담화문 발표 등의 조치 방안에 대해 BH(청와대)와 협의 후 결정”한다고 돼 있다. 이날 회의는 고용부 고용정책실장, 법무부 공안기획과장, 경찰청 정보3과장, 행자부 기조실장이 참여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오전 7시30분부터 1시간 정도 열렸다.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화물연대본부는5일서울정동민주노총13층회의실에서‘화물연대총파업선포기자회견’을열고정부의‘화물운송시장발전방안’에반대하며오는10일0시부터무기한총파업에들어간다고밝히고있다.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제공
이 관계기관 회의가 끝난 뒤 최정호 국토부 2차관과 고영선 고용부 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어 “철도노조가 개정된 (취업규칙) 보수규정의 철회를 주장하는 것은 사법적 판단에 관한 사항으로 목적상 정당성이 결여된 불법파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홍순만 코레일 사장을 서울역에서 만나 “철도노조의 불법적인 파업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할 수 없다”며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오균 국무1차장은 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회의 개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기에 그때 나왔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결국 정부차원에서도 철도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지 못하고 (고용)노동부가 직접 나서기에 무리가 따르므로 국토부를 앞세워 강경대응하고 있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정재호 의원은 “‘청와대와 협의 후 결정'이라는 부분이 보고서에 나와 모든 게 청와대의 지침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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