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명 이어 또 ‘실명 위기’ 환자 발생
올해 초 휴대전화 부품업체들에서 파견 노동자 5명이 독성 물질인 메틸알코올(메탄올)에 중독되는 산업재해가 잇따라 일어난 데 이어 2명의 노동자가 추가로 실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정부는 실태조사를 벌여 “추가 환자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어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건강연대는 6일 “올해 초 메탄올 산재 피해가 발생했던 업체에서 일했던 노동자 2명이 메탄올에 의한 실명인지 모른 채 지내다가 최근 산재 신청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ㄱ(29)씨는 삼성전자 휴대전화 하청업체인 경기 부천의 ㄷ업체에서 3주가량 파견 노동자로 일하다가 지난해 2월 실명 증상을 보였다. 현재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고, 왼쪽 눈도 시력이 10%만 남아 있다. ㄴ(35)씨는 또 다른 삼성전자 휴대전화 하청업체인 인천 남동공단의 ㅂ업체에 파견돼 지난해 9월부터 일하다가 지난 1월 앞이 보이지 않아 응급실에 실려 갔다. 두 사람이 일하던 ㄷ업체와 ㅂ업체는 지난해 12월부터 파견 노동자들이 메탄올에 중독돼 시력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그러나 이들은 사업장이나 파견업체는 물론 정부로부터도 메탄올 산재 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ㄷ업체에서 메탄올을 쓰던 파견 노동자가 실명했고, 지난 1월에는 경기 부천의 ㅇ업체에서 노동자 3명이 잇따라 메탄올에 중독된 것으로 드러났다. 2월에는 ㅂ업체에서 메탄올 중독 실명자가 발생했다. ㄷ업체와 ㅇ업체는 삼성전자 휴대전화 부품만, ㅂ업체는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휴대전화 부품을 함께 만들었다. 메탄올 실명 사고가 처음 드러났을 때 시민단체와 노동단체는 “환자가 발생한 사업장들의 메탄올 농도가 매우 높다”며 “휴대전화 부품 생산 공정을 거쳐 간 파견 노동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메탄올을 쓰는 것으로 파악된 전국의 3100여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국산업안전공단과 함께 실태조사를 벌여 “추가 환자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아직 산재 신청이 들어오지 않아 자세한 상황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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