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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서울 지하철파업 멈추게 한 동력은?

등록 2016-10-10 20:18수정 2016-10-10 22:13

① 서울시, 노사 약속 지켜
② 민간 조정위 꾸려 대화
③ ‘제3의 임금체계' 모색

파업 중에도 교섭 멈추지 않고
“성과연봉제 거부땐 불이익”
행자부 페널티 압박 버텨내
“공공부문 사용자 모범” 평가
해법 못찾는 철도 노사와 대조
“공공기관에 적합한 임금체계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공동 연구사업을 진행한다.”

10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지하철 등 서울시 투자기관(서울시 공기업) 노사 대표들이 합의해 발표한 내용이다.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성과연봉제에 맞설 대안적 임금체계를 모색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달 29일 이들은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는 노사합의로 결정한다”고 합의한 뒤 노조 쪽은 파업을 철회했다.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서울시가 공공부문의 ‘모범 사용자’의 역할을 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철도공사 노사는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파업이 14일째 이어지고 있다. 22년 만에 동반 파업에 들어갔던 서울지하철과 철도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은 과정을 되짚어봤다.

■ 노사 간 약속을 지키다

정부는 올 1월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과 지방정부 산하 공공기관(지방 공기업)에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서울시 공기업은 물론 코레일도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사 합의사항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4월 코레일이 작성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일문일답(Q&A)'을 보면, “성과연봉제 도입은 직원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므로 전 직원의 의견수렴을 통해 공사의 실정에 적합한 모델을 도출해 합리적 제도를 설계하며 노사합의로 도입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철도노조는 지난 4월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회사 쪽의 교섭 요청을 받아들여 교섭을 진행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회사 쪽은 노조와의 교섭을 중단하고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취업규칙 보수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 1월 정부 지침이 내려가고 지난 6월까지 전체 119개 중앙정부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를 전면 도입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기관이 노조와의 합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시 공기업 노사는 교섭을 멈추지 않았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9월까지 지방 공기업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인건비 동결 등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지만, 143개 지방 공기업 가운데 서울시 공기업 5곳만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도 합의에 이르진 못하고 지난달 27일 철도노조와 함께 무기한 동반 파업에 돌입했다.

■ 민간 조정위원회를 꾸리다

서울시 공기업 노사의 집단 교섭이 결렬된 지난달 8일, 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 공익위원 등이 참여하는 민간 조정위원회가 노사합의로 꾸려졌다. 민간 조정위원회를 제안한 박태주 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 의장은 “노사 양쪽에서 신뢰를 받는 조정위원이 핵심 쟁점을 잘 파악해 중재하면 타결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민간 조정위원회는 4차례 조정에 나서 노사의 합의점을 찾아 나갔다. 조정위원으로 참여한 김진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노사가 합의할 수 있는 공통점을 확인하며 조금씩 대화를 진전시켜 나갔다. 파업에 돌입한 이후에도 노사가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태주 의장은 “장기 파업으로 시민의 불편도 커지지만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노사가 한발씩 물러서 파업을 빨리 풀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 ‘위법 논란’ 양대 지침 거부하다

지난달 29일 서울시 공기업 노사는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사실상 정부의 지침을 거부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1월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노조의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있다는 ‘취업규칙 해석·운영지침’(취업규칙 변경 관련 지침)을 내렸다. 이를 바탕으로 코레일 등 중앙정부 공공기관들은 이사회 의결로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2000년 당시 노동부가 “성과연봉제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는 행정해석을 내리는 등 성과연봉제 도입에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적용하는 것은 위법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서울시 공기업 노사는 “저성과자 퇴출제 등 성과와 고용을 연계하지 않는다”고 합의해 정부의 ‘공정인사지침’(저성과자 해고 관련 지침)에 반기를 들었다. 저성과자에 대한 통상해고 기준과 절차를 담은 이 지침 때문에 노조는 성과연봉제가 저성과자 퇴출제와 연계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행정자치부는 “모든 공공기관은 연내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서울시 공기업이 정부의 목표를 따르지 않으면 내년 총인건비 동결과 경영평가 감정 등 페널티를 줘 임금 삭감 효과를 내겠다”고 경고했다.

■ 제3의 임금체계 개편을 모색하다

서울시 공기업이 정부의 지침과 인건비 동결 등 페널티를 감수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지 않기로 한 배경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사합의가 이뤄져 서울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철회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박 시장은 충남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가)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결정해 밀어붙인다면 갈등을 조정하는 게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기업은 수입과 지출, 공공성, 사회적 인정, 지역경제 공헌 등 성과를 측정하는 여러 잣대가 있을 수 있는데 지금 같은 방식의 성과연봉제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노사정은 제3의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10일 성과연봉제 관련 노사합의의 후속 조치로 △공공기관에 적합한 임금체계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공동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시민의 안전과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제도를 개혁하기로 합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정부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큰 상황이라 이를 개선할 방안을 노사가 열린 자세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공공기관이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한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필요는 없지만, 많은 국민이 공공기관들에 대해 ‘방만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으므로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획일적 기준으로 노조의 굴복을 강요하지 말고 노사가 합의할 수 있는 성과지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은주 박태우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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