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경기 의왕내륙컨테이너기10일 오전 경기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 근처에서 열린 화물연대 총파업 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화물연대가 파업에 나선 것은 정부가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서 화물차 수급조절제를 폐지한 데 반발해서다. 의왕/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10일 파업에 들어가자, 정부가 파업참자가에게 유가보조금 6개월치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파업 참가자에 대한 유가보조금 지급 중단 규정은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어, 정부 조처가 위법하다는 논란이 인다.
10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담화문을 발표해 “운송 거부자와 방해자에 대해서는 즉각 6개월간 유가보조금 지급을 정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유가보조금은 유류세 일부를 환급해주는 제도로, 국토부는 10t 화물차의 경우 1인당 월 9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토부 장관 고시(화물자동차 유가보조금 관리 규정)를 보면, 보조금을 받는 화물차주가 해서는 안될 행위에 ‘집단적으로 화물운송을 거부·방해하거나 이에 동조하여 국가 물류체계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 즉 ‘파업 참가’가 포함돼 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과 시행령은 이 고시를 지키지 않을 경우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해놨다. 정부는 이 규정을 근거로 파업 참가자에게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는, 지난 8월 대법원이 2012년 화물연대 파업에 참가했던 화물노동자들이 울주군수를 상대로 낸 ‘유가보조금 환수 및 6개월 지급정지 처분’ 소송에서 “보조금 지급 대상 제외 사유는 지급과 관련해 부정이 개입된 경우 등 목적에 반하는 사유에 국한돼야 한다”며 “보조금 지급중단이 위법하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고시는 보조금 제도와 무관한 사정인 파업 참가를 지급대상 제외사유로 정한 것이어서, 화물자동차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는 법률과 시행령을 개정했기 때문에 보조금 지급중단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송거부 행위자의 유가보조금 수령을 ‘부정수급’으로 봤고, 지난해 6월 법률·시행령 개정을 통해 위임 범위 일탈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지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국토부가 법을 개정했다고 하지만 고시 내용은 그대로여서 위임 범위 일탈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며 “현재 법령을 근거로 보조금 환수 처분을 내려도 법원이 이를 적법하다고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11시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 기지와 부산 신항·북항 등 3곳에서 조합원 4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이 화물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는 “정부 계획대로라면 9만대가 넘는 개별 소형화물차가 대형 화물차로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급조절제도가 무력화된다”며 “화물시장의 경쟁이 격화돼 운임이 낮아지고 과적을 비롯한 안전위협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파업에도 전체 물류에는 큰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와 해양수산부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컨테이너기지(ICD)·부산항·광양항 등 주요 물류거점은 대부분 정상 운영됐다. 이승호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피해 상황은 집계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고 공식적으로 운송을 거부한 운전자는 아직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부산항의 ㅊ운송업체 관계자는 “하루 평균 12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의 화물 운송을 처리하고 있다. 현재까진 파업 영향이 없지만, 장기화하면 물류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태우 김소연 기자, 부산/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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