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리후생비 지급 정부지침 어겨
노동자가 우비·장화 등 구입 사용
민주노총 “구청, 관리 감독 소홀탓”
노동자가 우비·장화 등 구입 사용
민주노총 “구청, 관리 감독 소홀탓”
서울 관악구 지역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강아무개(38)씨는 오후 1시에 출근해 새벽 5시30분에 퇴근한다. 오후 내내 골목을 돌아다니며 생활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수집한 뒤 밤 10시부터 쓰레기차를 타고 모아놓은 쓰레기를 담는다. 청소할 구역은 넓은데 환경미화원은 적어 강씨는 저녁밥을 굶기 일쑤다. 자정께 컵라면이나 삼각깁밥으로 겨우 허기만 면한다. 김씨는 작업복이 없어 운동복을 입고 일한다. 회사는 안전조끼만 지급했을뿐, 우의나 장화도 강씨가 1만5000원씩 주고 사 입었다. 강씨는 “하루에 14시간 이상 일하며 월급 220만원을 받는데 식비도, 작업복도 다 내 돈으로 쓰라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서울시 각 구청으로부터 청소 업무를 위탁받은 일부 민간 청소용역업체들이 정부가 정한 지침을 어겨가며 환경미화원들에게 식비 등 복리후생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가 지난 6월 고시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계약을 위한 원가계산 산정방법에 관한 규정'을 보면, 용역업체는 환경미화원에게 피복비(작업복), 식비 등 복리후생비를 지급해야 한다. 피복비는 △연 2회 춘추복·하복·작업화 △연 1회 동복·방한복·방한화·우의·안전모·장화·안전조끼 △월 15회 작업용 장갑 △월 2회 마스크·수건 등을 지급하도록 기준을 정했다. 또 식비는 하루 1끼 7000원씩(6월 이전 5000원) 주게 돼 있다.
실제로 ‘관악구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및 처리에 관한 연구용역 보고서(2015년)'에도 이 기준에 따라 환경미화원 1인당 피복비가 48만5460원, 식비가 155만원(5000원×310일) 책정돼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조와 해당 업체들의 말을 종합하면 관악구 용역업체 7곳 가운데 대다수는 식비나 음식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ㅅ업체 등 3개 용역업체는 관악구청 청소행정과에서 식비 지급 여부를 묻자 “정규 근무 이외 시간 추가시 식사를 따로 지급하고 있음. 내년부터는 식대를 급여에 포함하거나 명확화해 지급하겠음”이라고 회신했다. 평소 근무시간에는 식대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인정한 것이다. 또 다른 ㅅ업체는 “직원들 식비는 급여에 포함돼 있으며 별도로 주 1회 라면과 커피 등을 간식으로 제공하고 있음”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ㅅ업체 소속 환경미화원은 “급여 명세서에 식비가 명문화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ㄱ업체는 회신을 거부했다. ㅍ업체는 2013년 3월부터, ㅋ업체는 지난 9월부터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조의 김인수 정책국장은 “관악구뿐 아니라 금천구, 강남구, 강동구의 청소용역업체들도 구청의 관리·감독 소홀을 틈타 피복비와 식비를 떼어먹고 있다. 반면 용산구청은 용역업체와 계약서를 맺을 때 식비와 피복비 등을 정산해 보고하도록 명시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관악구청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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