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토론회서 드러난 CJ택배 고용실태
점심 못먹고 저녁은 퇴근뒤 폭식
75%가 주70시간 격무 시달려
특수고용 개인사업자 신분 탓
차량 구매비?택배박스?유니폼도
전부 개인 수수료서 비용 부담해
“우리도 노동자 노조할 권리 달라”
점심 못먹고 저녁은 퇴근뒤 폭식
75%가 주70시간 격무 시달려
특수고용 개인사업자 신분 탓
차량 구매비?택배박스?유니폼도
전부 개인 수수료서 비용 부담해
“우리도 노동자 노조할 권리 달라”
씨제이(CJ)대한통운에서 4년째 택배기사로 일하는 김태완(46)씨는 아침 6시20분에 집에서 나와 7시까지 서울 용산의 물류터미널(택배의 배송·집하를 위해 모이는 장소)로 출근을 한다. 아침 조회를 마치고 나면, 대전·옥천 허브 터미널에서 출발한 간선 트럭이 내려놓은 택배 상자를 부지런히 자신의 트럭에 옮겨 싣는다. 배송할 물건을 분류하는 일은 고객배송보다 더 고된 작업으로 꼽힌다. 점심 때를 훌쩍 넘긴 뒤에야 비로소 고객 배송이 시작된다. 김씨는 “최근 들어 간선트럭 도착 시각이 오후 1~2시까지 늦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면 고객 배송도 늦어지고 퇴근도 늦어진다”며 “점심은 정말 배가 고플 때 편의점에서 라면으로 때우고, 저녁은 늦게 퇴근해 폭식을 하는 게 익숙해져 몸이 계속 망가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씨제이대한통운 택배기사 권리 찾기 전국모임’은 4일 국회에서 열린 ‘특수고용형태 택배노동자의 현실과 노동기본권 찾기’ 토론회에서 ‘씨제이대한통운 택배기사 고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료를 보면, 택배기사 307명 가운데 점심을 “식당에서 안정적으로 먹는다”고 응답한 이는 6.4%에 그쳤다. “점심을 따로 먹지 못한다”는 응답이 47.5%로 가장 많았다.
끼니를 거르며 일하는 것은 배달 물량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 터미널에서 받은 물량을 당일에 배달하지 못하면 대리점에서 평가를 낮게 받아 계약갱신 등에 불이익을 받는다. 택배기사들이 고객 불편을 감수하며 밤늦게까지 물건을 배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택배기사의 69.7%가 하루 13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74.4%가 70시간을 넘겼다. 법정노동시간의 두배인 80시간 이상이라고 응답한 이들도 39.5%에 이른다.
이런 열악한 노동조건이 가능한 이유는 택배기사들이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 즉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노동법 적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택배회사 대리점과 지역별로 배송업무에 대한 ‘위탁계약’을 맺고 있다. 이들은 택배회사에서 수수료를 받을 뿐 차량의 구매비·유지관리비를 비롯해 택배를 분류하는 박스, 택배기사에게 지급되는 유니폼 등도 모두 개인이 부담한다. 월평균 430만원 남짓 수수료에서 비용을 제한 응답자들의 지난달 평균 실수령액은 329만원이었지만,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13.8시간임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노동자보다 22만여원을 더 받는 것에 불과했다.
김씨는 “가족들과 저녁이 있는 삶은 고사하고 잠만 자고 나와 일하는 좀비처럼 살고 있다”며 “우리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회사입장에서는 기사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우리는 택배 분류 레일 위에서 쓰다 버려지는 부품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태어난 둘째의 출산도 지켜보지 못했다. 개인 사정으로 쉬기 위해선 ‘용차’(개인 화물차에 배송을 재위탁하는 것)를 써야 하는데, 하루 수십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택배기사들 가운데 자신을 ‘개인사업자’로 여기는 이들은 4.3%에 불과했고, 81.9%는 ‘사실상 씨제이대한통운 노동자’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날 토론회에 나온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변호사)도 택배기사들이 △택배회사·대리점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하고 △다른 업체와 이중계약을 하지 못하고 전속계약이 이뤄지는 점을 들어 “최소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기본법(노조법)의 노동자로 보인다. 노조를 통해 노-사간 발생하는 문제들을 노사 자치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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