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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주7일 일시켜도 학교 잘릴까 꾸역꾸역…애슐리 위탁교육생의 눈물

등록 2016-12-29 05:10수정 2016-12-29 11:00

이랜드파크·대학 협약따라
산업체위탁교육생으로 ‘입학·취업’
주3일 수업보장 3일만 일한다더니
학교수업 있는 날도 출근 강요
“자정 넘게까지…주7일 일한 적 많아”
퇴사 땐 대학 제적 당하는 탓
관두고싶어도 울며 겨자먹기 근무
알바노조와 민주노총,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등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금천구 이랜드파크 본사 앞 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 임금 체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알바노조 제공
알바노조와 민주노총,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등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금천구 이랜드파크 본사 앞 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 임금 체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알바노조 제공

2013년 초여름 수도권의 한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 취업설명회가 열렸다. 이랜드파크는 학생들에게 “이랜드파크와 대학 간의 협약에 따라 무시험전형으로 수도권에 있는 ㄷ전문대학에 입학할 수 있고, 3일은 (이랜드파크의 외식 브랜드인) 애슐리에서 일하고 3일은 공부를 할 수 있다”며 이른바 ‘산업체 위탁교육생’으로 입사할 것을 권유했다. 당시 고3이었던 ㄱ(21·여)씨는 28일 <한겨레>에 “대학 졸업장은 살면서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했고 일하면서 수도권에 있는 대학을 가는 게 괜찮아 보였다”며 “마침 애슐리 매장과 ㄷ대학도 집에서 가까웠다”고 말했다.

ㄱ씨가 선택한 ‘산업체 위탁교육’ 전형은 전문대학 교육을 받고 싶은 직장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전형이다. 회사와 대학 간의 협약만 있으면 무시험·정원외로 입학이 가능하다. ㄱ씨는 고3이었던 그해 8월부터 현장실습 명목으로 애슐리 매장에 출근했고, 이듬해 3월 ㄷ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에선 이랜드파크 산업체 위탁교육으로 입학한 학생 30여명을 ‘이랜드반’으로 편성해 학사일정을 짜고 수업을 듣도록 했다.

그러나 애초 내세웠던 ‘3일 수업·3일 근무’라는 조건은 지켜지지 않았다. 매장 일이 많다는 이유로 수업이 있는 날이든 없는 날이든 불러냈고, 일이 자정 넘게 끝나는 경우도 허다했다. ㄱ씨와 같이 ‘이랜드반’이었던 ㄴ(21·여)씨는 “매장에서 수업시간을 다 꿰고 있기 때문에 ‘너 이때 수업 없으니까 나올 수 있지?’라면서 일방적으로 근무스케줄을 정했다”며 “일주일에 하루도 제대로 못쉬고 일한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반 아르바이트생과 똑같이 기간제(계약직) 노동자 계약을 맺었고, 최저임금 수준인 한달 140만~150만원의 임금을 받았다. ㄱ씨는 “일 때문에 시험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교수님들이 과제를 면제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ㄴ씨는 “애슐리를 그만두면 대학에서도 자동적으로 제적을 당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말도 못하고 2년 넘게 ‘애슐리 노예’처럼 살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올해 2월 학교를 졸업할 때 쯤 애슐리를 퇴사했다.

이랜드파크는 매년 ‘산업체 위탁교육’으로 200여명을 고용한다. 이랜드파크뿐 아니라 많은 외식 프랜차이즈, 아웃소싱 전문업체 등이 전문대학, 특성화고와 협약을 맺고 있다. 이직률이 높은 업종의 기업 입장에서는 최소 2년 동안 안정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대학 입장에선 손쉽게 학생을 유치할 수 있고, 특성화고 입장에선 취업률을 높일 수 있는 ‘윈윈 게임’이다. 학생들도 직장을 다니면서 학위를 딸 수 있다는 점, 무시험으로 입학할 수 있다는 점, 장학금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온다는 점(기본 20%) 등에 솔깃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많은 고3 학생들이 해당업체의 실제 근로조건 등에 대한 사전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대학입학만 바라보고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외식프랜차이즈의 위탁교육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는 “우리 대학도 2일 수업에 3일 출근으로 업체와 협약이 돼있지만 실제론 학생들이 거의 매일 출근을 한다. 아침 수업시간에 졸고 있어도 눈을 감아주고 있다”며 “위탁교육 학생들의 70~80%가 가정형편이 어렵다. 실상을 잘 모르고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려고 왔다가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랜드파크 관계자는 “대학별로 담당자를 두어 산업체 위탁교육생의 근무 중 애로사항에 대해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대한 학생들의 학업이나 대학생활이 지장을 받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랜드파크는 최근 아르바이트 노동자 4만4천여명에게 83억원의 임금체불 사실이 적발된 바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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