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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복직이 시작되자 ‘29’는 오지 않았다

등록 2017-02-03 20:48수정 2017-02-04 01:07

[토요판]뉴스분석 왜?
쌍용자동차 복직 1년
2009년 정리해고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18명이 2016년 2월1일 우선 복직했다. 이날 아침 복직 노동자 유제선씨 등이 사내연수를 받기 위해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쌍용자동차 인재개발원으로 올라가며 동료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안성/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09년 정리해고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18명이 2016년 2월1일 우선 복직했다. 이날 아침 복직 노동자 유제선씨 등이 사내연수를 받기 위해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쌍용자동차 인재개발원으로 올라가며 동료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안성/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2009년 정리해고 사태 이후 매년 이어지던 죽음의 행렬이 2016년 처음 멈췄습니다. 지난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첫 복직이 있었습니다. ‘사망자 0’은 복직의 희망과 기대가 가져온 삶의 의지였습니다. 복직자의 건강 상태를 해고자 때와 추적 비교했을 때 ‘복직이 사람을 살린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확인됐습니다. 복직을 기다리고 있는 해고자들에게 ‘희망고문’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7년 상반기까지 조속한 채용을 노력한다’는 합의문의 이행을 해고자들은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아무도 죽지 않았다.

매년 이어지던 부음이 해고자들 복직이 시작된 지난해엔 들리지 않았다. 사망자 수는 2015년 28명에서 멈췄다. 2009월 1월8일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 3개월 뒤 첫번째 죽음(4월8일)이 있었다. 그해 6명을 시작으로 2010년 5명, 2011년 8명, 2012년 4명, 2013년 1명이 사망했다. 2014년과 2015년엔 각각 2명이 세상을 떠났다. 김정욱·이창근의 굴뚝농성 기간(2014년 12월13일~2015년 3월23일)에만 2차례 비보가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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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후 사망자 없는 유일한 해

2016년은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2009년) 이후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유일한 해가 됐다. 지난해 2월1일 쌍용차 해고노동자 18명(정규직 해고자 12명+비정규직 해고 뒤 정규직 전환 6명)이 복직했다.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죽음의 행렬을 끊었다. 0으로 떨어진 쌍용차 사망자 추이와 복직과의 관계는 연구조사를 통해서도 뒷받침됐다.

<한겨레> 토요판은 고려대 김승섭 교수(보건정책관리학부)의 도움을 받아 복직자 18명 전원의 건강 상태를 추적·분석했다. 김 교수는 2015년 쌍용차 해고자(186명)와 복직자(무급휴직자로 2013년 복직한 455명)의 건강과 경제 상황, 계층 인식을 비교했다. 설문에 응한 해고자 142명엔 1년 뒤 복직한 18명도 포함돼 있었다. <한겨레>는 18명의 복직 1년 시점인 지난 1월말 2015년과 동일한 질문지로 그들의 답변을 받았다. 해고자에서 복직자로 신분이 바뀐 그들의 답변 추이를 김 교수가 재분석했다. 복직자들은 건강 상태를 묻는 모든 질문에서 긍정적 변화를 보였다.

입원치료를 받은 사람이 해고 시절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해고자 때 60%(전체 18명 가운데 해당 질문 답변자 15명 중 9명)가 1차례 이상 병원에 입원했으나 복직 1년 사이엔 13.3%(2명)만 입원했다. 2015년 40%였던 비입원자가 2017년엔 86.7%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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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상도 감소했다. 해고 시절 우울증이 있다는 답변이 85.7%(답변자 14명 중 12명)였는데 복직 뒤엔 50%(9명)로 떨어졌다. 우울증상 척도(CES-D11)를 이용한 점수를 살폈을 땐 평균 28.7점(16점 이상 우울증상)→14.6점의 변화를 보였다. 답변자 14명 중에서 12명의 증상이 호전됐다.

복직 뒤엔 술 없이도 잠을 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해고 상태에선 잠들기 위해 일주일에 하루 이상 술을 마신 사람이 87.5%(14명)였다. 복직 뒤엔 56.3%(9명)로 줄었다. 경제 상황은 전원(100%)이 복직 뒤 호전됐다고 답했다. 85.7%(14명 답변 중 12명)가 복직이 계층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2015년 연구에서 김승섭 교수는 “복직이 해고자의 건강을 호전시키는 개입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해고와 복직 상태의 서로 다른 사람을 비교했다는 한계가 ‘암시’란 단어를 더했다. 2017년의 분석은 해고자였다가 복직한 동일인의 변화를 추적했다. 설문 결과는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사실을 환기시킨다.

해고가 사람을 죽이고, 복직이 그들을 살린다.

“추적조사 결과는 복잡한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복직이 건강 회복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희망이 사람을 죽음과 맞서게 한다는 사실을 김 교수는 쌍용차 사망자 추이의 변곡을 통해서도 읽었다.

“매년 6~7명이던 사망자가 2012년부터 절반 가까이 준 뒤 2013년 다시 반감한다. 2012년 4월부터 쌍용차 해고자들은 대한문 농성을 시작했다. 2009년 옥쇄파업이 진압당한 이후 뿔뿔이 흩어져 고립됐던 해고자들이 광화문에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죽음도 속도를 늦췄다. 복직 기대가 죽음 없는 최초의 해를 만든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복직 희망이 죽음의 행렬 끊어
복직자 18명 건강 상태 추적 결과
해고자 때보다 우울증 크게 줄어
병원 입원 감소, 술 없이도 숙면
해고가 사람 죽이고 복직이 살린다

“17년 상반기 채용 노력” 불투명
회사 구체적 계획 내놓지 않은 채
2월 첫째·둘째 주말 전체면접 진행
“면접 아니라 교육일 뿐” 주장
김득중 “신뢰 저버리지 말아야”

계속되는 희망고문

복직의 희망이 삶을 붙들게 했지만 2차 복직은 ‘희망고문’ 중이다. 2015년 12월 노-노-사는 합의문에 ‘2017년 상반기까지 조속한 채용 노력’(해고자 대 명예퇴직자 대 신규채용자를 3 대 3 대 4로 할당)을 담았다.

해고자의 경우 1차 복직자 18명을 빼면 142명이 복직을 기다리고 있다. 해고자 186명 중 사망자와 정년 퇴직자, 복직을 원하지 않는 사람을 제외한 수다. 현재로선 올해 ‘상반기까지’ 해고자 전원 복직이 이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노-노-사는 합의 직후인 지난해 1월16일부터 복직점검위원회를 열어 복직 일정과 규모를 논의해왔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지난해 5월부터 2차 복직을 요구했다. 회사는 신차 Y400이 출시되는 올해 상반기 생산량이 정해져야 충원 인력도 결정된다는 입장이다.

해고자들은 지난 1월13일 열린 복직점검위원회에서 회사의 채용 계획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날 회의는 사쪽이 퇴장하며 파행했다. 쌍용차지부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벌이고 있는 국가 손해배상(‘헬기 피해 비용’까지 포함, 지연이자 더하면 15억원) 소송 철회 요구 농성을 사쪽은 문제 삼았다. 지부는 “회사 상대 농성이 아니라 국가 상대 요구인데 회사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사쪽은 2월4~5일과 11~12일 복직 희망자 전체 면접을 본다. 희망퇴직자를 합하면 1300여명이 대상자다. 회사는 지난 1월 중순 복직 대상자들에게 우편물을 발송해 면접 일정을 알렸다. 4개의 면접 예정일 중 개별면접 시간을 확정해 휴대전화 문자로 재통보했다. 사쪽이 보낸 우편과 문자엔 “전체면접 일정 안내” “면접 장소” “면접 대상자 선정” 등이 명시돼 있다.

회사 관계자는 “면접이 아니라 교육”이라고 했다. “복직이 늦어지니까 회사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라며 “채용 계획이 정해지지 않아 벌써 면접을 볼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해고자 추가 복직 일정도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공장 안팎에선 전체 면접 뒤 충원 인원이 확정되면 다시 2배수 면접을 통해 50~70명의 복직·채용이 이뤄질 것이란 이야기가 들린다. 채용 할당 비율을 고려하면 해고자는 15~21명 선이다. 1차 복직자를 합쳐도 40여명 안팎이다. 2017년 상반기까지 복직률은 30%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사쪽과 복직 합의를 이뤘지만 사실상 선별채용 형태가 되고 만다. 복직을 기다리는 해고자들은 희망을 가질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회사가 거북한 사람들을 걸러내려는 의도가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2015년 노-노-사 합의는 해고자 전원 복직에 대한 상호 신뢰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회사가 그 신뢰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신뢰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일방 추진될 경우 지부도 향후 대응 방안을 결의할 수밖에 없다. 그 우려를 불식시킬 책임있는 이행계획을 회사가 내놔야 한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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